이번에는 카풀앱(응용프로그램)이다. 전에 없던 신산업을 내놨다는 이유로 규제 철퇴를 맞게 됐다. 중고차 중개 서비스인 헤이딜러, 심야버스 호출 서비스인 콜버스랩 등의 사례가 오버랩된다.
카풀앱은 출퇴근 시간에 카풀을 원하는 직장인을 연결해주는 모바일 앱이다. 택시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와 차량공유 운전 서비스인 우버의 중간쯤 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택시에 비해 30% 정도 싸 최근 수도권 일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올 들어 창업했는데 ‘럭시’는 가입자 6만5000명, ‘풀러스’는 4만5000명을 넘기며 순항 중이었다.
신산업 나올 때마다 위법 철퇴
택시회사들이 이를 자가용 불법 영업이라며 민원을 제기한데 대해 국토교통부는 카풀을 제공하는 사람과 이용하는 이가 금전 거래를 하면 위법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카풀앱을 통해 카풀 이용자가 이용료를 결제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카풀앱 업체들과 관련 단체가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사업엔 일단 제동이 걸렸다. 문제 해결에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 업체가 신산업 론칭에서 결정적인 ‘타이밍’을 놓치게 됐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서비스라면 무엇보다 고객들의 반응, 그것도 폭발적인 반응이 중요하다. 가능한 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이용자와 회원을 확보하면서 그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투자를 유치해야 성공 기반을 다질 수 있다. 규제와 싸우고 풀어가는 과정에서 이 시간은 고스란히 놓칠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중재로 택시업체들과 공동사업을 하는 조건으로 사업을 허가받은 콜버스의 경우 시민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지도를 높였지만 초기에 놓친 시간 때문에 이미 골병이 들었다. 버스가 200대는 돼야 정상 운영할 수 있는데 17대에서 더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업체 한두 개가 규제 때문에 문 닫는 것으로 끝난다면 얘기할 것도 없지만, 문제는 관련된 수많은 사람의 편익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당장 대안이 없어진 소비자들을 보라. 택시가 너무 비싼 데다 불편하고, 버스나 지하철로는 노선이 안 맞아 카풀을 해왔는데, 그리고 합당한 가격을 치를 용의까지 있는데 그런 서비스를 아예 이용하지 말라니 말이다.
창업 부업기회 원천봉쇄해서야
특히 유념해야 할 것은 공유경제 모델에선 창업자도 소비자도 아닌 새로운 그룹이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자가용이나 빈 방 등 자신의 유휴 자산과 남는 시간을 기꺼이 투입해 새로운 서비스에서 ‘일거리’요 부업을 찾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에어비앤비의 회원이 돼 빈 방을 빌려주고, 우버에 등록해 자가용으로 운전 서비스를 하고 있다. 소비자인 동시에 사업자이고 고객인 동시에 업주다.
이들이 바로 공유경제 모델의 주역이고, 이 네트워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바로 공유경제의 핵심 경쟁력인 것이다. 한국이 우버를 불법이라고 내치면서, 에어비앤비에는 ‘오피스텔 제외’라고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정말로 버려버린 것은 바로 이런 자생적이면서도 폭발적인 소비자 네트워크의 가능성이다.
이제 벤처인들도 기존 법이나 규정을 무시한 새로운 서비스를 무조건 던지기만 해서는 안 된다. 카풀앱의 경우는 관련 단체들이 반박 성명을 내고 공동 대응하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디지털 규제 전반을 검토하는 작업도 하면 좋을 것 같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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