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국내 기부문화,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어

입력 2016-12-26 17:42  

한국의 GDP대비 기부금액 세계 5위
기부 참여자 기여도 높아 미래 밝아

한철우 < 영국 더럼대 교수·경영학 >



겨울은 추위에 몸이 움츠러드는 계절임과 동시에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더해지는 시기다.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의 세계기부지수(World Giving Index)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기부 순위는 140개국 중 75위로 낮은 수준이다. 2012년 45위까지 오른 것에 비해 한참 후퇴한 것이다. 세계기부지수는 크게 세 가지 활동, 즉 금전적 기부, 낯선 사람 돕기, 자원봉사 활동을 점수화해 국가별 순위를 매기는데 한국은 금전적 기부는 46위로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낯선 사람 돕기와 자원봉사 활동은 각각 93위, 80위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 순위들이 2012년에 각각 33위, 45위, 29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금전적 기부를 제외한 활동들의 순위 하락이 두드러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금전적 기부는 상당 부분이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납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경기에 덜 민감한 반면 나머지 활동들은 경기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위축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기부 활동의 위축을 일시적 경기 요인만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선 국내 경기 여건이 전 세계 평균과 비교해 특별히 더 나빠졌다고 보기 힘들며,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상대적으로 경제가 취약한 지역의 기부지수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 세계 순위 분포를 보면 기부 활동이 국가의 경제 규모와 큰 연관성이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예로 상위 20개국에는 미국, 호주, 영국 등의 선진국이 포함됨과 동시에 미얀마,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케냐 등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들도 포함돼 있다. 반면 대부분의 유럽 선진국들이 높은 기부 참여도를 보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남유럽 국가들(프랑스 81위, 스페인 79위, 이탈리아 82위, 포르투갈 90위)은 영국(8위) 및 북유럽 국가들(네덜란드 13위, 독일 21위, 덴마크 20위, 노르웨이 14위, 스웨덴 25위, 핀란드 24위)에 비해 훨씬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 순위는 2012년에 비해 대부분 하락한 것으로, 남유럽 국가들의 순위 하락이 두드러진데 이는 2010년 이후 불어닥친 유럽 국가 부도 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럽 국가 부도 위기가 유럽 경제에 미친 파장을 고려하면 유럽 국가들의 순위 하락은 납득할 만한 수준인 반면 한국 기부 순위의 급격한 하락은 분명 과도해 보인다.

유럽 내에서도 수준 높은 기부 문화를 가진 영국의 기부 활동 추이를 보면 유럽 경제 위기와 무관하게 2000년 이후 꾸준한 것으로 나타난다. 영국의 자선단체 수는 16만개에 이르며, 성인의 75%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기부하고 47%가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은 조사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기부 참여율은 35~50%, 자원봉사 활동은 18%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부 금액 규모는 영국이 0.54%로 세계 4위인 반면 한국은 0.5%로 5위를 기록해 매우 근접해 있다. 이는 곧 기부 참여 비율은 낮으나 참여하는 사람의 기여도는 더 높다는 의미로, 향후 국내 기부지수의 상승 여력이 충분함을 나타낸다.

한국의 기부 활동 순위 변동이 큰 것은 아직 기부 문화가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 다양한 위기에서 보여준 우리 국민의 단합 정신을 고려할 때 기부 문화가 정착되면 국내의 기부 활동은 조만간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된다.

한철우 < 영국 더럼대 교수·경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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