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가 뭐길래] 반기문 총장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복잡한 시선

입력 2016-12-27 16:45   수정 2016-12-27 16:48

새누리당-보수신당, “보수층 잡자” 영입경쟁
유승민 “환영한다”면서도 “평생 외교관 일 했는데…”
민주당은 “반기문 신화는 깨져야 한다”며 강력 비판
국민의당은 “대권 구상부터 내놔라” “연대해야” 갈려




1월 중순 귀국을 예고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바라보는 정파간 속내가 복잡하다.

새누리당과 새누리당에서 갈려 나온 ‘개혁보수신당(가칭)’은 반 총장에 대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보수신당 내에선 반 총장 영입에 대해 온도차도 엿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본격적인 비판에 나섰고, 국민의당은 비판과 함께 연대의사도 함께 나타내고 있다.

새누리당과 보수신당은 반 총장 영입 경쟁에 불이 붙었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제부터 우리가 개혁을 시작해 환골탈태하는 정당으로 만든다면 반 총장이 새누리당으로 안 오시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 총장 영입경쟁에서)신당에 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김무성 보수신당 의원은 27일 새누리당 탈당 선언 뒤 ‘반 총장이 귀국하면 어느 당으로 갈 것 같나’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미 사당(私黨)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을 택할 리가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도 반 총장의 보수신당 합류에 대해 “저를 포함해서 누구든지 개혁보수신당의 열린 경선에 참여할 수 있다”며 “반 총장도 개혁보수신당에 합류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보수신당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황영철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반 총장과의 접촉에 대해 보수신당 의원들 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유력한 대선후보자가 우리와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보수신당이 반 총장 영입 경쟁에 나선 것은 유력한 대선 후보를 확보함으로써 당내 대선 후보 경선 흥행을 꾀할 수 있고, 국민들의 시선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 보수층을 흡수하기 위한 경쟁이기도 하다.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던 충청 민심을 잡을 필요도 있다.

보수신당은 반(反) 박근혜를 표방하면서 잃게 될 수 있는 TK(대구·경북) 지역 민심과 보수층의 마음을 돌리는게 급하다. 반 총장은 충청과 TK, 50~60대 이상, 정통보수에 지지 기반을 두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보수신당 관계자는 “야당 지지층을 보수신당 지지로 돌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존 새누리당 지지층 일부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반 총장 영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의원이 “반 총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등과 함께 공정 경선 과정을 거쳐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반 총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유 의원은 “영입을 환영한다”면서도 “평생 직업외교관을 하고, 해외에서 오래 근무하고, 유엔 일만 봤는데 대한민국 개혁에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연일 ‘반기문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친박(친박근혜) 세력의 ‘반기문 대망론’에 이런 부패 기득권 연장에 손 들어주시며 의기양양해 하시던 분 아니었느냐”고 비판했다.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맹목적인 믿음과 찬양은 제2의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 뿐”이라며 “‘거목 반기문’ 신화는 깨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철저한 검증으로 불행을 막아야 한다”며 “23만 달러 수수설은 물론 아들의 특혜 입사, (골프장)대리 부킹 의혹, 조카의 국제 사기 등 모든 논란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을 찬양한 과거와 ‘역대 최악의 사무총장’이라는 외신의 비판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그것이 ‘승천한 백마날개 주인이자, 오대양과 육대주를 아우르는 대한의 아들’의 마땅한 도리”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내부에선 반 총장에 대한 시각이 엇갈린다. 안철수 전 대표는 “반 총장이 아직 자신의 생각도 밝히지 않았다”며 대권 구상부터 내놓으라고 했다. 강력한 대선 경쟁자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반 총장이 국민의당과 함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반 총장이 (국민의당과 연대할 의사를) 스스로 타진한 적은 없다”며 “그렇지만 그 주위에 있는 분들이 그러한 의사를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 총장 측에서 뉴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하자고 했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당 내에선 대선 승리를 위해 반 총장과 연대를 통한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반 총장이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알려진 게 없다. 현재로선 새누리당이나 보수신당과 선뜻 손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귀국 뒤 각 정파들과 일정정도 거리를 두면서 여론을 살펴볼 것이라는게 반 총장 측 반응이다.

반 총장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과의 기자회견 때 한 발언들에서 이런 기류를 읽을 수 있다. 반 총장은 당시 “국민이 없는 상황에서 정당이 무슨 소용인가, 친박·비박(비박근혜)이 무슨 소용인가”라고 비판했다.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선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귀국 후 각계 국민을 만나 말씀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며 “국민 여러분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정치세력화를 한 뒤 연대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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