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짜 보수 이념 위에 새 집을 지을 수는 없다

입력 2016-12-27 17:36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29명이 어제 새누리당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4·13 총선 이후 구축된 3당 체제는 4당 체제로 바뀌게 됐고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으로 부상하게 됐다. 정치판의 변화가 예고된 상황이다. 문제는 보수 분열에 따른 책임을 반성하고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진성 보수 세력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개혁보수신당은 이날 자신들이 진정한 보수 가치를 실현하는 보수 적통임을 강조했다. 선언문에 보수라는 명칭을 모두 41번이나 쓸 만큼 ‘보수’ 이념이 절박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들이 선언문에 못박은 보수의 이념은 포용적 보수, 서민적 보수, 도덕적 보수다. 경제민주화를 추구한다고 하고 중소기업들에 대한 재벌의 불공정 행위를 엄벌하겠다고 하며 시장경제는 따뜻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좋은 말, 그럴듯한 말은 모두 짜깁기한 간판이다.

4·13 총선 패배와 이후 사태전개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말 한마디가 없다. 김무성 의원만 해도 4·13 총선 패배에 막대한 공동책임이 있고 노동개혁 법안 등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중대한 과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승민 의원은 사회적 시장경제를 주장하며 이념의 혼선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또 국회법 개정을 통한 국회권력 확대 과정에서 대통령과의 갈등만 증폭시켰던 장본인이다. 모두가 낡은 정치다.

새누리당도 한심하다. 원내대표와 정책위원회 의장, 비상대책위원장 모두 충청도 출신으로 바뀌었다. TK당에서 충청당으로의 급작스런 변화다. 충청도 출신 반기문을 끌어들이려는 단순한 전략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자칫 ‘불임정당’이 될 것이라는 위기 속에서 위인설당(爲人設黨)을 해서라도 당을 살리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친박 핵심들에 대한 인적 청산 가능성을 시사하자 당사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내홍 기미마저 감돌고 있다. 이게 전통의 보수정당이었던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정당은 이념산업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철학을 이념의 중심에 놓는 올바른 보수정당이 세워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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