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혁신기업들이 성장을 견인토록
소비자후생이란 관점서 대응해야"
주순식 <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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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자가 중고차의 상태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일정한 가격이 제시되면 나쁜 상태의 차를 보유한 사람은 그 가격에 팔 용의가 있지만 좋은 상태의 차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그 수준보다 높은 가격을 희망하기 때문에 그 가격에는 판매하려 하지 않아 결국 질 나쁜 중고차가 거래된다. 이렇게 품질 나쁜 자동차들만 중고시장에 나오다 보면 구매자들이 중고차시장을 외면해 종국에는 시장이 아예 사라질 수 있다. 판매자는 자기가 파는 자동차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갖고 있지만 구매자는 이런 정보가 없는 상황, 즉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비대칭 상황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컬로프는 정보비대칭 문제를 제기해 경제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지난달 29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승용차 운송서비스 분야 우버, 여행지 숙박분야 에어비앤비 등 최근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공유경제 현상에 대한 논의결과를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이들 공유경제 플랫폼이 승용차 운송, 단기숙박 분야에서 파괴적 혁신으로 장터를 만들어 수많은 공급자와 소비자들이 서로 거래할 수 있게 만들었고, 이는 소비자, 공급자 모두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줬다고 평가했다.
이런 공유경제 성장의 중심에는 소비자가 맛없는 레몬을 맛있는 오렌지로부터 걸러낼 수 있게 하는 시스템 구축이 있다. 소비자와 공급자가 서로 신뢰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신뢰 메커니즘을 만들었다. 먼저, 소비자와 공급자가 서로 평가하게 해 평판이 소비자, 공급자에게 공유되게 했다. 우버를 통해 승용차를 이용한 소비자는 운전자를 평가하고, 운전자는 소비자를 평가해 우버에 제출하게 한다. 이런 평가가 쌓여 소비자, 운전자 각각 평판이 생기는데 이런 평판제도가 레몬을 걸러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 우버는 운전자의 운전이력, 소비자의 신용카드 확인 등 부적격 참여자를 걸러내는 방법 등으로 신뢰체계를 강화했다. 중고자동차 거래를 어렵게 하는 정보비대칭 문제를 극복해내는 혁신이 있었던 것이다.
급속하게 성장하며 기존산업을 흔들고 있는 공유경제 플랫폼 사업을 어떻게 규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보고서는 다루고 있다. 기존 사업자들은 신규 진입자인 우버, 에어비앤비도 기존과 같은 방식의 규제를 받아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 전문가, 참여자들은 이에 반대한다며 연방거래위원회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보비대칭 문제가 심각할 때는 소비자보호를 위해 승차요금 규제, 합승 규제 등 규제가 어느 정도 필요할 수도 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등 기술발전 결과 승차서비스 정보가 투명해져 규제가 필요없어졌고, 기존 사업자에 대한 규제도 같이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소비자, 공급자의 후생을 높이고 새로운 혁신기업들이 성공을 꿈꾸고 계속 등장해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 폐해를 우려하는 견해도 있으나 연방거래위원회 보고서는 아직 그것을 큰 문제로 보지 않았다.
제4차 산업혁명의 큰 줄기로 등장하는 공유경제 플랫폼에 어떻게 대응해갈 것인지는 우리 경제에도 중요한 과제다. 대응방향 설정에서 소비자 후생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할 것이고, 이 분야 산업발전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보고서는 우리 정부,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에 큰 시사점을 던진다.
주순식 <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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