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경목 기자 ] 2009년 정수기 사업을 시작한 LG전자가 올해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2%대에 머물렀던 시장 점유율이 1년 만에 10% 가까이 올랐다. 정수기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올해 1년간 LG전자 정수기 판매가 크게 늘며 청호나이스, SK매직 등 중위권 정수기업체와 겨룰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27일 말했다. LG전자의 올해 정수기 생산량은 작년보다 5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현욱 LG전자 정수기담당 상무는 “LG전자 내 다른 사업부는 물론 다른 관계사와 협업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크게 히트한 ‘퓨리케어 정수기’(사진)가 대표적이다. 별도의 물통 없이 수돗물을 바로 정수하는 직수형인 만큼 순간적으로 물의 온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기술이 필요했다. LG전자 정수기 개발팀은 물을 덥힐 때는 전기레인지에 사용되는 인덕션 기능을, 물을 냉각시킬 때는 냉장고에 사용되는 기술을 적용했다. 정수기의 핵심인 필터는 LG화학 기초소재연구소가 중심이 돼 지난해 자체 개발한 제품을 쓰고 있다.
이 같은 협업은 정수기 판매 과정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LG전자는 정수기와 함께 공기청정기, 안마의자 등을 공동 마케팅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두 가지 상품을 렌털 형식으로 빌려 쓰거나 구입하면 관리비를 깎아준다.
렌털 중심인 정수기 시장에서 LG전자는 한동안 고전했다. 관련 인프라와 판매 노하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상무는 “한동안 비용만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경영진이 ‘물과 공기 관리 사업은 미래를 위해 계속해야 한다’는 확고한 뜻을 밀고나가 결국 뿌리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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