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윤 리더스컴 대표) 동종 업계 중에서 오래된 한 기업이 M&A로 돈방석에 앉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30년 가까이 산전수전 풍파를 이겨내며 경영해온 회사의 가치와 자산을 인정받아 좋은 평가로 매각했다니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 소식을 들은지 얼마 되지 않아 쪽박을 찼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바로 기업사냥꾼에게 당했다는 것이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매도계약을 체결하고 인수인계절차를 하는 중에 회계장부를 통해 그동안 가지급금을 소급적용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 대표이사에게 횡령혐의를 내세워 고소를 하고 협박을 해 기업 매각 계약금만 받고 넘겨줬다는 이야기다.
영수증이 없거나 시간이 지나서 돈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잘 모를 때 흔히 가지급금으로 처리한다. 그런데 그것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결국 대표이사가 다 토해내야 할 대출금이나 다름없게 된다.
대차대조표만 볼 줄 알아도 가지급금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잘 알텐데 그런 기초상식을 몰라서 아니 무시해서 당한 사건이라니 놀랍고 속상했다.
그렇다. 주로 중소기업처럼 작은 규모의 사무실에서 이런 일이 의외로 많이 일어난다. 작게 사업을 시작해서 오래 경영하다보면 대표이사가 회계장부를 읽을줄 모르고, 기재를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체가 커지면 세무사에게 온전히 위임하다보니 직접 챙기지 않는 일이 많다. 그러나 그것이 누적되면 결국 회사가치를 산정할 때나 대출이 필요한 순간에 전후좌우를 분별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사업을 잘하는 경영자의 역량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필요한 지식 중 하나를 꼽으라면 회계다. 몇십 년을 최선을 다해 키운 기업을 단지 종이에 적힌 숫자 놀음에 당하지 않으려면 회계 공부를 해야 한다. 아니 실제로 기재도 하고 질문도 하며 숫자에 능통해져야 한다.
단지 종이에 적힌 숫자라고 얕잡아 볼 것이 아니라 경영자의 회계무지로 큰 피해를 볼 수 있게 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기업경영에서 숫자 즉, 회계는 나비효과의 출발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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