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위상, 진주만서 머리 숙인 다음날 야스쿠니 신사 참배

입력 2016-12-29 17:14  

미국 방문 진정성 비판 일자 "조국에 목숨 바친 분에 경의"

일본 우익 반발 의식해 아베 총리 대신 참석한 듯



[ 도쿄=서정환 기자 ]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이 29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의 위패가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미국 하와이에서 진주만 공습 희생자에게 애도를 표하고 돌아온 지 하루 만이다. 한국 정부는 참배를 강력 비판했다.

이나다 방위상은 참배 후 기자들에게 “(방명록에) 방위대신 이나다 도모미라고 적었다”며 “방위대신인 이나다 도모미가 한 명의 국민으로서 참배했다”고 말했다. 2007년 방위청이 방위성으로 승격된 뒤 현직 방위상이 야스쿠니 신사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단골 참배객이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효로 일본이 주권을 회복한 4월28일과 2차 세계대전 패전일인 8월15일이면 신사를 찾았다. 지난 8월 방위상에 취임한 직후엔 아프리카 지부티 방문을 이유로 참배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과 중국 등 전쟁 피해국의 반발에 대해 “어떤 역사관을 가지고 어떤 적 혹은 아군, 어떤 국가라도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에게 감사와 경의, 추도의 뜻을 보이는 것은 이해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위상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서 아베 총리 진주만 방문의 진정성을 놓고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가 진주만 공습 희생자에게 고개를 숙인 데 대한 일본 우익의 반발을 의식해 이나다 방위상이 총리를 대신해 야스쿠니 신사를 찾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날에는 이마무리 마사히로 부흥상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이나다 방위상은 아베 총리와 함께 진주만을 다녀왔다.

한국 외교부는 방위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해 마루야마 고헤이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대리를 불러 항의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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