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장의 촛불은 결국 좌경화 이념의 교두보였던가

입력 2016-12-29 17:37   수정 2016-12-30 12:49

10월29일 첫 집회 후 꼭 두 달째를 맞은 ‘촛불’이 이념적 경사를 더해 가는 모습이다. 광장에서는 ‘재벌해체’니 ‘혁명정권’이니 하는 선동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시민혁명’이라던 일각의 상찬은 안타깝게도 좌편향 논란과 함께 빛이 바래는 모습이다. 아직은 평화적 집회의 외양을 유지하고 있지만 어느새 전문 시위꾼과 좌파 단체들의 놀이터라는 이미지가 겹쳐지고 있다. 더구나 정치권에서는 광장의 촛불을 내세워 좌경적 이념과 정책을 본격적으로 드라이브하는 양상이다.

광장에서는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집회에서도 ‘이석기·한상균 석방’, ‘사드 배치 철회’, ‘한·일 군사정보협정 폐지’ 등의 정치구호가 넘쳤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까지 부역자로 싸잡았다. 심지어 중학생이 마이크를 잡고 혁명정권 운운하는 투사의 언어를 흉내내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광장의 목소리는 사회전반을 급속히 ‘좌클릭’으로 몰아가고 있다. 새누리당의 분당으로 재적의원 3분의 2가 넘는 201명을 확보한 거대 야권은 반시장적, 반자유주의적 정책을 ‘개혁’이라며 힘자랑하고 있다. 대형마트에 이어 백화점·면세점에도 의무휴업일을 도입하는 등의 포퓰리즘적 규제입법이 속출한다. ‘보수를 불태우자’는 정치 지도자와 ‘혁명위원회를 세우고 국회를 해산하자’는 낯선 평론가를 지켜보는 일도 민망하다.

촛불의 타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출발부터 이념적 편향이 뚜렷한 시위전문 세력이 기획하고 주도했다. ‘퇴진행동’에 참여한 1500여 단체에는 이적·종북세력이 망라됐다. 위헌판정으로 해산된 통진당 세력은 물론이고, ‘북한이 낙원을 행군 중’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세력도 포함됐다. 퇴진행동의 대표마저 폭력집회 주도혐의로 수감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광장은 점차 전문 시위꾼들로 교체되고 있다. 아니 국민이 자리를 뜨면서 전문가들만 남는 형국이다. 광장의 외침을 성급하게 민의로 단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투표와 선거를 통해 이념이 선택되고 헌법이 정한 질서에 따라 정권이 교체되는 것이 민주주의다. 선량한 시민들은 이제 광장의 반법치, 반자유라는 우려를 씻어내야 할 의무만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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