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6년…유통가에선 어떤 일이?

입력 2016-12-30 16:21  


다사다난했던 병신년(丙申年)은 유통가에서도 유독 사건이 많았던 한해였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재조명된 데 이어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수사, 사상 최악의 고원병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장기 불황 속 1인 가구가 중요 소비층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유통업계에선 다양한 시도가 나타났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30일 한경닷컴은 유통가 주요 10대 뉴스를 정리했다.

○ 가습기 살균제 사태…생활화학용품 '주의보'

올 상반기 유독물질 원료를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로 수많은 사람이 사망한 사건의 진상 규명이 이뤄지면서 생활화학용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2011년부터 원인불명의 폐질환으로 영유아 등 200여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이 같은해 확인됐지만 옥시레킷벤키저 등 제조사들은 한동안 연관성을 부인했다.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제조사에 대한 제재는 과징금 부과에 그쳤고 피해자에 대한 구제 대책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이후 피해자들과 시민사회의 노력 끝에 결국 제조사들은 책임을 인정했지만 아직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9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지원 방안 등을 담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법'을 통과시킨 상태다.

○ 롯데그룹, 전방위 수사…오너일가·경영진 기소

재계 5위의 '유통공룡' 롯데그룹에서는 지난해부터 복잡다단한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경영권 분쟁이 촉발된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는 롯데그룹의 2인자 이인원 부회장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검찰 수사 결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속되지는 않았지만 신 회장과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오너일가 5명과 경영진 등이 대거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로 호텔롯데 상장, 대규모 M&A(인수·합병) 등이 무산됐고, 그룹 지배구조 개선작업도 차질이 빚어졌다. 신 회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 쇄신안을 내놨지만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조직 개편이 재차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 면세점 3차 대전 끝났지만…논란 끊이지 않아

이달 17일 이른바 '3차 서울 시내 면세점 대전'이 끝났지만 논란이 여전하다.

서울 면세점 신규 특허(사업권)를 놓고 벌인 대기업 간 세번째 승부의 승자는 '유통공룡 3사'인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그룹이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특허를 잃은 월드타워점(잠실점)을 6개월 만에 다시 열게 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에 이은 재도전 끝에 면세점 사업을 따냈다. 신세계그룹은 연이어 신규 특허를 획득, 면세점 업계 3위로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면세점 특허에 대해 '최순실 게이트'의 정경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또한 지난해 7월 당시 참여기업 중 최하점을 받았던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이번 심사에서 1위를 받게 된 채점 방식 등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대세로 자리잡은 '가성비'와 '혼밥족'

장기 불황과 1인 가구 증가로 올해 유통가에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불경기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않으면서 거품이 없는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을 내세운 상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자체브랜드(PB) 제품이 전 채널에서 전방위적으로 쏟아졌다. 올해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PB 제품이 보다 고급화, 다양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졌다.

혼밥족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가정간편식(HMR) 산업이 커졌고, 편의점의 도시락 판매가 급증했다. 혼자술을 먹는 '혼술족'도 늘어 관련 프랜차이즈와 제품이 다양하게 등장했다.

○ 줄이은 생필품 가격 인상…서민들 등골 휘어

줄이은 라면과 맥주 등 생활필수품 가격 인상에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달 농심은 5년 만에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등 18개 품목 가격을 평균 5.5% 인상했다. 오비맥주는 가격을 평균 6% 올려잡았고, 하이트진로도 6.33% 인상에 나섰다.

올해 제과·빙과류 가격이 인상된 데 이어 제빵업계에서도 가격 인상 움직임이 나타났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이달 초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6.6% 높였다.

AI 사태와 함께 신선식품 물가도 비상국면이다. 대형마트에서 계란 한 판 가격은 8000원에 가깝게 뛰었다.

○ 사상 최악의 AI…피해 지속될 듯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구로 확산됐다. 2800만마리가 넘는 닭·오리·메추리 등 가금류가 도살 처분됐고 정부의 위기경보는 처음으로 '심각' 단계로 격상됐다.

최악의 AI 사태로 계란과 육계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계란 수급이 어려워진 제빵·제과업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카스테라, 머핀, 롤케이크 등 19개 품목의 생산을 중단했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 등 다른 업체는 계란 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AI사태가 육계 공급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가금류 이동 제한으로 병아리가 입식에 못 들어가고 있어서다. 내년 1월 중순께부터 출하될 육계 공급량의 수급 상황도 장담할 수 없다고 업계는 전했다.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후폭풍

9월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된 후 유통업계에도 변화가 일었다. 법안은 공직자,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3만원 이상 식사접대 금지, 5만원 이상 선물 금지, 10만원 이상 경조사비 금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대목인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외식업계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년 모임이 간소화되고 외식비 지출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김영란법 시행 후 처음 맞는 명절인 내년 설을 위한 백화점 선물세트에는 돼지고기가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이 선보인 '돈육 실속 구이세트'에는 삼겹살 1kg, 목심 0.5kg이 들어가 있고 가격은 4만9000원이다.

유통업계는 내년부터 김영란법 여파에 따라 소비심리가 추가적으로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선물 관련 산업이 연간 2조원 가량의 매출 손실을 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 오프라인 매장, '콘텐츠 물량공세'…"고객 발길 잡아라"

불황 속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유통공룡들은 오프라인 매장의 '콘텐츠 물량 공세'에 집중하고 나섰다. O2O(온·오프라인 연계)에 힘쓰는 동시에 고객에게 오프라인에서 제공할 수 있는 즐거움을 강화해 고객 발길 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올해 주요 유통그룹들이 신규 개장하거나 증축한 점포들에서는 모두 체험형 매장을 구축했고,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배치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 문을 연 복합쇼핑몰 '하남 스타필드'를 '쇼핑 테마파크'로 정의하기도 했다.

○ 사드발 한한령…불안한 K소비재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중국이 사드와 경제문제를 결부시키며 국내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은 자국 방송사에 한류스타 출연 제한을 통보했고 관광과 유통 분야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중국당국은 지난 7월 말 한류를 차단하는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내려 중국을 주요 해외시장으로 둔 화장품과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향후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화장품에 대한 위생허가 요건을 까다롭게 적용하고 식품과 화장품 통관 불합격 건수도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에서 '중국 관련주'로 불리는 아모레퍼시픽, 호텔신라, 코스맥스, CJ CGV 등의 주가는 사드 배치 결정 발표가 나기 직전 7월초 대비 20% 가량 하락했다.

○ 정부, 당과의 전쟁 선포…'당 저감화' 바람

정부가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음료업계에서는 당 저감화 바람이 불었다.

식품의약안전처는 2020년까지 가공식품 당류 섭취 열량을 전체 하루 섭취 열량의 10% 수준(WHO 권고 기준)으로 관리하겠다고 지난 4월 발표했다.

음료업계에선 당 함량을 낮춘 제품을 출시하며 대응했다. 빙그레는 요구르트 '닥터캡슐 프로텍트'를 일반과 라이트 2종으로 재출시했다. 일반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당 함량을 30% 낮췄고, 라이트 제품은 일반 제품의 4분의 3 분량만 넣었다.

탄산음료를 제공하던 치킨업계도 달라졌다. 굽네치킨은 8월부터 추가요금 없이 콜라 대신 탄산수 '보헤미안'을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콜라 대신 탄산수를 찾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 지난 10월엔 전달 대비 탄산수 주문량이 30% 증가했다.

오정민·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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