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성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16년 증시가 막을 내렸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 예상 밖 결과가 주식시장을 흔들었고 ‘최순실 게이트’,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이 불확실성을 키웠다. 연초 주목받은 종목이 돌발 악재에 주저앉고 수년간 지지부진하던 업종이 도약하기도 했다. 2016년 국내 주식시장이 남긴 기록들을 숫자로 되짚어봤다.
6년째 갇힌 ‘박스권’(코스피지수 1850~2100)은 올해도 뚫지 못했다. 지난 29일 코스피지수는 작년 폐장일 대비 65.15포인트(3.32%) 오른 2026.26에 장을 마감했다. 9월29일 연중 최고치인 2068.72까지 올랐지만 거기까지였다. 굵직한 대내외 변수에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폭된 영향이 컸다.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저치(1835.28)를 기록한 날은 2월12일이었다. 변동 폭이 가장 컸던 날은 브렉시트 결정 직후인 6월24일로, 하루 61.47포인트(-3.09%) 떨어졌다.
1300조원 박스권 탈출에는 실패했지만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1308조원으로 사상 처음 1300조원을 넘었다. 삼성전자(49.5%) SK하이닉스(48.3%) 포스코(57%) 현대중공업(70.2%) 등 대형주의 선전이 몸집을 불렸다. 대형주 시가총액은 1008조원으로 작년 말 대비 10.2% 증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시가총액 9조9909억원)와 두산밥캣(3조5939억원) 등 ‘대어’들의 유가증권시장 입성도 힘을 보탰다.
11조원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자’ 흐름을 보인 외국인은 올해 총 11조336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012년 17조5000억원 순매수 이후 가장 큰 규모다. 2월까지만 해도 매도세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3월부터 매수로 전환해 8개월 연속 순매수 흐름을 이어갔다.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치인 2068.72(9월29일 종가)까지 상승한 영향이 컸다. 외국인 순매수는 10월까지 이어졌다. 올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아모레퍼시픽(1조3569억원), 업종은 화학(3조5071억원)이었다. 기관투자가는 총 5조2086억원어치를 순매도, 3년째 ‘팔자’ 흐름을 이어갔다.
180만원 유가증권시장 ‘대장주’ 삼성전자의 질주가 돋보였다. 올해 출발은 120만5000원이었다. 연신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지난 20일 처음 180만원(181만2000원)을 넘어섰다. 올 주가상승률은 49.5%, 시가총액은 68조원 증가했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와 생산 중단으로 스마트폰사업이 주춤했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황 개선과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전기전자 업종지수도 39.9% 상승해 올해 유가증권시장 업종 중 가장 많이 올랐다.
-7.5% 코스닥지수는 작년 말보다 7.5% 하락한 631.44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기관이 올해 4조470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국민연금의 벤치마크 복제율 가이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위탁운용사들이 중소형주를 내다판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후 주도주들도 흔들렸다. 중국 정부의 한류 규제로 오락·문화(-29.3%) 및 디지털콘텐츠(-29.4%) 업종지수가 크게 하락했다. 제약(-4.1%) 의료·정밀기기(-11.7%)도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 파기 이후 약세를 이어갔다.
98개사 올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 수는 작년과 같은 16곳이었다.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수는 82곳으로 32.8% 줄었다. ‘최대어’로 기대를 모은 호텔롯데는 상장을 철회했고 하반기 공모시장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그럼에도 공모 규모는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 공모 규모는 대형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2조2500억원)와 두산밥캣(9000억원) 상장 덕에 작년보다 79.2% 늘었다. 코스닥시장도 상장기업 수는 줄었지만 개별 기업당 공모액이 증가한 덕분에 공모 규모를 3.2% 늘렸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