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지표 '트리플 악재'
고성장기에 만든 규제와 제도 저성장기에 맞게 혁신해야
기업투자 성공할 수 있도록 민관이 합동해 노력해야"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 민간위원장 >
한국 경제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으면 외국자본들이 우리나라에 투자했던 자산을 팔고 떠난다. 그런데 일부 자본만이 이런 행동을 하면 큰 문제가 없지만 많은 외국자본이 동시다발적으로 우리나라 자산을 팔고 떠나면 우리 주식시장은 폭락하고 환율은 급등하면서 외화부족 현상과 함께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탈출에 성공한 외국투자자들은 ‘내 예상이 맞았군’ 하면서 만족해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제위기는 행동 자체에 의해 유발되는 측면이 있다. 혹시 틀린 예상이었더라도 예상을 믿고 행동한 사람이 많으면 예상은 실현된다. 바로 ‘자기실현적 예상’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경제가 나빠질 거라는 예상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시행하는 등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이 실행되고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 예상과 반대로 경제 상황이 호전될 수도 있다. 이처럼 행동을 통해 예상이 틀리는 방향으로 가는 경우 이런 예상을 ‘자기부정적 예상’(혹은 자살적 예상)이라고 한다.
2017년 우리 경제의 앞날은 그리 밝지 못하다. 정부 성장률 전망치는 2.5%지만 일부에서는 위기설이 유포될 정도로 상황이 나쁘다. 물론 조기 대선을 통해 새 정부가 출범하면 상황이 나아질 수도 있지만 여전히 앞날은 불투명하다. 2016년에는 우리 경제에서 부동산투자는 상반기 10.3% 증가하고, 하반기에 4.4% 증가해 연간 7.1%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우리 경제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17년 상반기 부동산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1.4%이고 하반기에는 2.7%로 연간 증가율이 2%가 될 전망이다. 성장의 견인차였던 부동산투자가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불효자가 되는 것이다.
내수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민간소비도 계속 안 좋다. 2016년 상반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7%였는데 하반기에는 1.6%로 급격히 줄어들었고 2017년 상반기에는 1.2%, 하반기에는 1.6%가 돼 연간 1.4%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민간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밑도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도 힘들다. 2016년 연간 설비투자 증가율은 -4.2%로 전년 대비 오히려 줄었다. 2017년 새해에는 설비투자가 플러스로 돌아서지만 증가율이 2%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부문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수출증가율은 -0.4%, 수입증가율은 -2.4%로 예상되고 있다. 수출이 줄고 수입은 더 줄어들어 경상수지는 900억달러 흑자가 되겠지만 수출이 줄면 우리 경제 내의 설비가동률이 줄어든다. 소비 투자 수출 모두 힘든 트리플 악재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기업은 생산물시장에서 제품의 공급자인 동시에 노동시장에서는 노동에 대한 수요자이다. 가계는 노동의 공급자로서 급여를 제공받는다. 기업이 제공하는 일자리와 급여는 그 자체가 최고의 복지다. 가계와 기업은 ‘일자리’를 통해 한 배를 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급여는 기업에는 생산비용이다. 급여가 오르면 가계소득이 늘어나지만 기업의 생산비용도 증가한다. ‘질 좋은’ 제품을 ‘값싸게’ 생산할수록 제품이 잘 팔리면서 기업경쟁력이 높아지는데 과도한 임금 인상은 생산비용 증가를 통해 기업경쟁력을 훼손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거나 없어지게 만들 수도 있다. 소득을 너무 높이려 하다가는 일자리와 급여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경제에서 가장 힘을 잃고 있는 부문은 기업부문이다. 얇은 옷을 입은 채 겨울을 맞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 수술만 하려 들지 말고 보약을 먹여 체력을 보완해 주고 두꺼운 옷도 입혀야 한다. 고성장기에 맞춰 만들어진 각종 제도와 규제를 저성장기에 맞게 바꾸는 동시에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하고 신규 투자에 성공할 수 있도록 민관 합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위험이 분담되면 신규 분야 진출에 대한 부담이 줄어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지고 그만큼 일자리도 늘어난다. 2017년 위기설이 단순한 ‘설’이 되도록, 경제위기설이 ‘자기실현적 예상’이 아니라 ‘자기부정적 예상’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 민간위원장 chyun3344@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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