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보다 까다로운 동남아 입맛…할랄 준비된 기업에 기회

입력 2017-01-01 19:47  

[ 노정동 기자 ] 치킨업체 BBQ는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매장에서 고추장이 들어간 한국형 양념치킨과 함께 고추장이 들어가지 않은 무슬림(이슬람교도)용 양념치킨을 별도로 판다. 무슬림용 양념치킨은 술(알코올)을 금하는 이슬람 교리에 따라 발효식품인 고추장 대신 칠리소스로 맛을 낸다. 닭도 ‘할랄(halal)’ 기준에 맞춰 도축한다.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가장 신경 써야 할 것 중 하나가 할랄 인증이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이 인정하는 방식으로 도축·생산·가공돼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동남아 6억명 인구 중 약 40%인 2억5000만명이 무슬림이며, 인도네시아는 세계 이슬람 국가 중 단일국으로는 가장 많은 2억2000만여명의 무슬림이 살고 있다.

CJ제일제당, 농심, KGC인삼공사 등 국내 식품업체는 별도의 생산라인에서 할랄 제품을 생산해 수출한다. 롯데리아, BBQ 같은 외식업체도 현지에서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을 별도로 메뉴에 넣어 판매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거의 모든 먹거리가 할랄 인증을 받는 중동과 달리 동남아는 할랄과 비(非)할랄 제품이 혼용 유통돼 소비자가 더 까다롭게 고른다”며 “동남아 각국 정부에서도 점점 할랄 인증 기준을 엄격하게 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라마단(해가 떠 있는 시간에 금식하는 이슬람 전통) 기간을 고려해 낮에 영업할 땐 매장 창문에 커튼을 쳐준다거나(인도네시아), 1인 식사 문화가 발달해 매장을 설계할 때 이 같은 구조를 반영한다거나(베트남·태국), 작은 매장보다 큰 매장을 선호한다는 점(필리핀)도 동남아 진출 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꼽힌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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