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재건사업 추가수주 청신호
"이라크에 내 야전숙소 만들라"
김승연 회장 건설사업 진두지휘
공정률 30%…2019년 완공
1단계 5000여가구 입주 시작
[ 김보형 기자 ] “이라크 신도시 건설로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자”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뚝심 경영’이 마침내 결실을 맺고 있다. 한화건설이 이슬람국가(IS)와의 내전 등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고 약속한 주택건설 공사를 묵묵히 추진해 나가자 이라크 정부가 재정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주지 않은 공사대금 약 6800억원을 지난 연말 지급했다. 이라크 정부는 유가 급락, 전쟁비용 마련 등을 이유로 공사비 지급을 미뤄왔다. 사업 안정성 확보는 물론 향후 추가 수주에도 파란불이 켜졌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한화건설은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미수금 5억6000만달러(약 6800억원)를 이라크 정부로부터 전액 수령했다고 2일 발표했다. 이로써 한화건설은 30% 수준인 공정률에 따른 공사비 30억7000만달러(약 3조7000억원)를 모두 확보했다.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은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 경기 분당신도시 규모인 10만가구의 주택과 학교, 병원 등 사회기반시설을 짓는 공사다. 총 공사비가 101억달러(약 12조원)에 달한다. 정부 주도로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사업(400억달러)을 제외하면 한국 건설회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단일 공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김승연 회장의 의리경영 결실
김 회장은 사업 기회 포착부터 수주와 공정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김 회장은 이라크 전쟁이 끝나기 2년 전인 2009년 “전쟁이 끝나면 대규모 복구 사업이 잇따를 것”이라며 이라크 건설사업 검토를 지시했다. 1970년대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중동 건설 붐이 일었을 때 한화건설의 전신인 태평양건설에서 해외담당 임원과 사장을 지내면서 쌓은 경험으로 사업 기회를 예감했다.
예상대로 이라크 정부는 2010년부터 ‘100만가구 국민주택 건설사업’에 나섰고, 한발 먼저 준비한 한화건설은 첫 번째 사업인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다. 김 회장은 “이라크 관료들에게 한화가 대규모 신도시 사업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시켜 줘야 한다”며 헬기를 띄워 당시 방한한 이라크 총리에게 한화건설이 옛 인천 화약공장 부지에 건설한 1만2000여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인 ‘인천 에코메트로’를 둘러보게 해 수주전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수주 이후에도 김 회장은 47도가 넘는 열기 속에서 방탄조끼까지 입은 채 세 차례나 이라크를 찾아 현장을 챙겼다. 수주 직후인 2012년 7월 방문 때는 “건설현장에 내 야전숙소를 만들어 달라”며 7년에 달하는 공사 기간에 수시로 현장을 찾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014년 경영 일선 복귀 후 첫 해외 출장지 역시 비스마야였다. 사막 한가운데서 일하는 직원들이 가장 먹고 싶어 하던 광어회를 600인분이나 비행기로 공수해 온 김 회장을 보면서 ‘내전 여파로 공사가 중단되지 않을까’ 걱정하던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은 “원더풀”을 연발했다.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김 회장의 ‘의리 경영’은 당초 80억달러(약 9조5000억원)였던 주택건설사업에 21억달러(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사회기반시설 공사 추가 수주로 이어졌다.
◆한화건설 재무구조 개선 전망
공정률 30%를 넘어선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은 현재 8개 타운 중 첫 번째인 A타운의 8000여가구가 준공됐다. 지난해 4월부터 5000여가구가 입주를 하고 있다. 다른 타운에서도 각각 부지 조성과 기초공사, 아파트 골조공사, 마감공사가 한창이다. 공사가 끝나면 8개 타운, 834개 동으로 구성된 비스마야 신도시는 내전 이후 이라크의 변화된 모습을 대내외에 보여주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광호 한화건설 사장은 “이번 미수금 회수로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에 대한 이라크 정부의 신뢰를 재확인했다”며 “차입금 감축과 부채비율 감소 등 한화건설의 재무구조도 한층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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