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형 산학협력, 단기 성과주의 유혹 떨쳐내야

입력 2017-01-02 17:31  

지난 4년간 1272개 학생창업 지원
기술개발·경제활성화 도운 LINC
장기적 안목으로 협력뼈대 세워야

설경원 < 전북대 LINC사업단장 >



산학협력 시스템이 잘 구축된 나라들은 하나같이 국가 경쟁력이 높다. 국가 내의 연구 분야와 산업 분야가 서로 시너지를 발휘하며 사회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정부 연구개발비의 85% 이상을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이 사용하는 스웨덴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혁신 역량을 자랑한다. 정부 지원을 통해 산학 간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탁월한 생산성을 발휘한 결과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적극적인 산학협력으로 국가 경제구조를 지식 기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돌린 성공적인 사례다. 대학은 연구개발로, 기업은 제조 및 생산으로, 정부는 관련 법 제정으로 상호 협력하며 기술을 사업화하기 좋은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다. 그 과정에서 하버드대, 예일대, 스탠퍼드대 등 연구 중심 대학들은 현장 적응력이 높은 인재를 육성하는 등 대학의 체질을 산업계 친화형으로 변경하는 데 매진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4000개 이상의 창업 기업이 대학으로부터 파생됐고, 10년간 구축한 대학의 기술이전 성과로 일자리 27만9000개가 만들어졌다.

한국도 2000년대 이후부터 산학협력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정부는 산학협력 발전 모델을 마련하기 위해 힘써왔다. 올해로 5년차를 맞은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사업의 성과는 그 노력의 산물이다. LINC 사업은 지난 4년간 1272개의 학생 창업을 지원했고, 이런 학생 창업 기업을 통해 일자리 1692개를 창출했다. 그간 행한 기술이전 계약건수가 2578건, 가족회사 수는 5만7463개에 달한다. 이 수치는 고용의 양적 팽창만이 아니라 고용의 질적 상승도 내포한다. LINC 사업에 등록된 가족회사 5만여개는 현장 적합성이 높은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 이는 평균 18.3개월에 달하는 교육 기간과 연 6000여만원의 신입사원 교육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취업자 입장에서도 산학협력을 통해 특화시킨 전문 능력을 바탕으로 현장 경험이 있는 회사에 취업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시행되고 있는 ‘잊혀질 권리’ 기술 사업화는 한림대, 마커그룹, 강원도의 산·학·관 협력모델이다. 기술력을 가진 마커그룹은 한림대 교수진의 자문을 통해 원천특허기술인 ‘잊혀질 권리 솔루션(DAS)’ 업로더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 전북대에서는 국내 최초로 학생과 지역 중심의 새로운 산학협력 패러다임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산학협력은 각계의 개방된 전문성의 융합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단계로 도약하고 있다. 이를 통한 신기술 개발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산학협력이 창출해내는 값진 부가가치다.

산학협력이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대표 모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절실한 건 각 대학이 산학협력이라는 체제를 단기 성과를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관행과 결별하는 것이다.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새로운 시대에서의 대학의 공적 역할을 고민하고 대학의 체질 개선을 위한 계기로 산학협력에 접근해야 한다.

LINC 육성사업은 이제 막 토대를 세웠다. 정부는 후속 작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뼈대를 쌓고 살을 붙여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산학협력을 통한 혁신적인 경제구조 건설이 가능하다.

설경원 < 전북대 LINC사업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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