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품질엔 타협 없어…자부심 회복하자
현대차그룹, 올해 글로벌 판매 825만대 목표
SK, 패기와 비즈 모델 혁신으로 신가치 창출
LG, 과거의 성공방식 버리고 새로운 길 개척
[ 장창민 / 주용석 / 박재원 기자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는 2일 새해 경영 화두를 꺼내기 전 ‘불확실성과 위기’를 첫마디로 언급했다. 올해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봐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반한(反韓)정책이 노골화하고, 국내에선 특검·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정 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내실’을 기반으로 한 ‘미래 성장’을 화두로 던졌다. 구 회장은 ‘사업구조 혁신’을, 최 회장은 ‘근본적 변화’를 화두로 꼽았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완벽한 쇄신’을 주문했다.
“과거 성공 방식 의미 없어”
정몽구 회장은 이날 시무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 회장의 시무식 불참은 2000년 그룹 출범 이후 처음이다. 정 회장은 대신 신년사를 통해 악조건 속에서도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실 강화와 책임경영을 통해 외부 환경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을 추진해나가자”고 당부했다.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연구개발(R&D)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정 회장은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자율주행 등 핵심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변화를 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올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 목표를 825만대로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은 목표(813만대)보다 크게 못 미치는 788만대에 그쳤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와 함께 현대·기아차 노조의 파업으로 25만9000여대의 생산 차질 피해를 입은 탓이 컸다.
구본무 회장은 창립 70주년을 맞아 사업구조와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새해 인사모임에서 “우리 앞에 전개되는 새로운 경영환경을 볼 때 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길을 개척한다는 각오로 우리의 사업 구조와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혁신을 위한 방법론도 제시했다. 구 회장은 “주력 사업은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고객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이를 위해 R&D와 제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신속하고 유연하게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양적 성장 시대의 관행을 버리고 가치를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의 속도와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변화와 쇄신만이 살 길”
최태원 회장은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을 화두로 꺼냈다.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경영진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그룹 시무식에서다. 그는 “혁신과 패기로 딥 체인지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근본적 변화를 위한 방법론으로 구성원들의 패기, 경영시스템 업그레이드, 비즈니스 모델 혁신 등을 제시했다. “그룹의 변혁을 반드시 이뤄내자”며 임직원과 함께 ‘우리의 변혁’을 외치기도 했다. 최 회장은 “각 관계사, 구성원 모두가 상보상성(相補相成: 서로 도와 모두가 함께 더 큰 발전을 이룬다)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그룹 차원의 시무식을 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는 이날 따로 시무식을 했다. 권오현 부회장은 지난해 갤럭시노트7 단종 등의 악몽에서 벗어나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는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지난해 치른 값비싼 경험을 교훈삼아 올해 완벽한 쇄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위기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주력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보호무역주의와 환율 등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은 증폭되고 있다”며 “경쟁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와 함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미래 핵심 기술 분야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위기를 극복해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권 부회장은 “제품 경쟁력의 기본인 품질은 사소한 문제도 타협해서는 안 된다”며 “공정 개선과 검증 강화를 통해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하자”고 당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시무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장창민/주용석/박재원 기자 cmja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