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누가 들을라'…기업·공공기관 '철통 보안'

입력 2017-01-03 18:05   수정 2017-01-04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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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별장·전용차 도청 탐지해주세요"

도감청 탐지 의뢰 급증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탐지 의뢰 40% 이상 증가
50대 기업은 약 2배 늘어

사설 탐지업체 '때아닌 호황'…2004년 9곳→올 40곳



[ 박상용/조아란 기자 ] 대한석탄공사는 올해 예산에 전례 없던 사업을 하나 책정했다. 강원 원주시 본사에 무선도청 탐지 시스템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총 5600만원을 배정해놨다. 1950년 발족한 석탄공사가 본사 건물에 도청 탐지 설비를 도입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불법 도감청 탐지 의뢰는 지난해 전년 대비 40%가량 늘었을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누군가 엿듣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된 게 원인이다.


◆“회장님 별장도 탐지해주세요”

3일 도감청 탐지업계에 따르면 불법 도감청 탐지 의뢰가 작년 10월 ‘최순실 사태’ 이후 빠르게 증가했다. 최씨 관련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을 비롯해 50대 기업의 탐지 의뢰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탐지업체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회의실만 탐색해 달라는 정도였다”며 “요즘은 회장실은 물론 회장 자택, 별장, 심지어 회장 전용차가 혹시 위치 추적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탐지해 달라고 의뢰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의뢰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가정보원과 산업통상자원부는 보안 유지를 이유로 공공기관에 도감청 탐색을 권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공공기관에까지 ‘최순실 효과’가 작용했다고 사설업체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작년 말에 추가 탐지 의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의뢰 범위도 확대됐다. 매년 장·차관실만 탐지하던 공공기관이 국장실, 대회의실, 접견실은 물론 장관 전용차까지 탐색 의뢰를 하는 식이다. 또 다른 탐지업체 관계자는 “대개 공공기관은 자신들이 발주하는 사업 입찰 전 탐지 의뢰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했다.

불법 도감청 탐지업 시장 규모는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미래창조과학부 중앙전파관리소에 등록된 불법 도감청 탐지업체는 올해 기준 40곳으로 첫 등록이 시작된 2004년(9곳)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중앙전파관리소가 적발한 불법 도감청은 26건에 불과하지만 전국 각지에 있는 탐지업체의 적발 건수까지 합하면 한 해에 수백 건의 도청이 적발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너무나 쉬운 도청기 구입

전문가들은 최순실 사태가 도감청에 대한 불안을 키웠다고 진단한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녹취 파일이 결정적인 증거로 활용되는 등 일반인들의 뇌리에 도감청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았다는 지적이다.

손쉽게 도청기를 구할 수 있다는 점도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도청기 판매’를 검색하면 동전 크기의 도청기를 판매한다는 홍보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판매자는 “배우자 차량에 숨겨두면 불륜 현장의 대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다”며 “메일을 보내주면 전국으로 배송해 주겠다”고 했다. 그는 “도청기의 수신 거리는 반경 약 1.5㎞ 내외이며 가격은 50만원”이라고 덧붙였다.

누구나 손쉽게 도청기를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인도 도청에 대한 불안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탐지업체 코리아리서치의 박경도 본부장은 “15만~50만원만 주면 다른 사람의 스마트폰을 해킹해 실시간 도청, 통화 내용 녹음 등을 해주는 해커들도 있다”며 “주로 스토킹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자신의 집안이나 자동차 등의 도청 탐지 의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박상용/조아란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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