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달 외국인·기관 매수 몰려…현대차 14% LG화학 13% 상승
반도체주와 함께 주도주 부상…삼성전자는 또 사상최고가
[ 최만수 기자 ] 반도체에 의존하던 코스피지수가 상승엔진을 추가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코스피지수 2000선 돌파의 주역이던 자동차·화학·정유주(일명 차화정)가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반도체에 시장영향력이 큰 ‘차화정’이 가세하면서 코스피지수가 5년 박스권(1850~2100)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가 상승·달러 강세 수혜
코스피지수는 3일 17.81포인트(0.88%) 오른 2043.97에 장을 마쳤다. 182만4000원(1.05% 상승)으로 사상 최고가를 다시 경신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자동차(2.0%) LG화학(3.56%) SK이노베이션(5.44%) 등 자동차 화학 정유의 대장주들이 일제히 오르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올해 D램 공급 부족으로 반도체의 ‘슈퍼사이클’ 진입이 예견된 상황에서 차화정은 최근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한 달간 현대차는 14.6%, LG화학은 13.2%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3.7%)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린 정유주는 숨을 고르고 있지만 추가 상승을 노리고 있다. 차화정의 강세는 수급에서도 나타난다. 현대차는 최근 한 달간 외국인 순매수 2위, 기관 순매수 3위 종목에 올랐다. LG화학은 기관 1위, 외국인 3위를 기록했다.
차화정의 호조는 최근 국제 유가 상승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초 배럴당 20달러 중반까지 떨어진 유가가 50달러 선으로 오르면서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증가했고 화학제품 가격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또 원자재값 회복에 힘입어 국내 자동차 수출시장인 러시아 브라질 중동 등 신흥국의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보호무역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그보다 미국의 경기 회복이 차화정을 포함한 수출주에 기회로 작용하는 측면이 더 크다는 평가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고환율 수혜도 보고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동차주는 지난 4년 가까이 후퇴를 거듭하면서 더 이상 나빠지기 힘든 상황까지 내몰려 있다”며 “올해 신차 출시 효과와 비용절감 노력으로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삼성전자가 ‘나홀로 강세’를 보이면서 차화정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부각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올해 1분기까지는 소외됐던 대형 가치주들의 차이 좁히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엇박자 장세 끝나나
증권가는 잊혀진 이름인 차화정의 주도주 가세를 반기고 있다. 차화정은 2009년 초 900선을 맴돌던 코스피지수가 2010년 2000선 위로 도약하는 발판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2011년 이후 박스권 장세도 차화정의 부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2015년 이후 주도주 역할을 담당한 화장품·제약주들은 차화정을 대체하기엔 무게감이나 뒷심이 부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전체 시가총액에서 정보기술(IT)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28%, 차화정업종은 20%에 달한다. 시장 영향력이 큰 IT 업종과 차화정의 ‘주가 엇박자’가 해소되면 5년째 이어지고 있는 박스권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IT와 화학 정유업종 등이 동반 강세를 보인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라며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세와 함께 올해 코스피지수의 강력한 상승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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