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이후 연락두절
[ 김주완 기자 ]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사진)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직과 관련해 향후 거취를 결정해 달라는 AIIB의 요구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AIIB는 지난달 부총재직을 유지한 채 휴가를 떠난 홍 전 회장에게 앞으로 부총재직을 어떻게 수행할지 명확히 밝히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홍 전 회장은 뚜렷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AIIB 부총재에 임명된 홍 전 회장은 6월 들어 돌연 휴직계를 내고 잠적했다. 그가 언론 인터뷰에서 “대우조선해양 지원 과정에서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말한 것이 파문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의 공식 휴직 기간은 6개월로 지난달까지였다. 정부 관계자는 “홍 전 회장은 AIIB에 자신의 뜻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IIB는 홍 전 회장을 해임할 법적 근거가 부족해 굳이 해임을 강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휴직 기간이 끝난 홍 전 회장에게 자진 사임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홍 전 회장은 작년 6월 이후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잠적했다. 여행차 프랑스 파리에 들렀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 있는 두 자녀 집을 오가며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10월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AIIB는 이미 홍 전 회장을 조직 구성원으로 보지 않고 있다. 홍 전 회장이 맡았던 리스크관리담당(CRO) 자리는 국장급으로 강등시켰다. AIIB 홈페이지의 부총재 명단에도 홍 전 회장의 이름이 없다. AIIB는 지난해 9월 프랑스 출신인 티에리 드 롱구에마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를 신임 부총재로 선임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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