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혁 시대…다시 시작이다] 고임금·강성 노조 피해 '엑소더스'…한국엔 '유턴 기업'이 없다

입력 2017-01-0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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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끝 막오른 글로벌 기업 유치전…기업 내쫓는 한국

베트남에 공장 지은 삼성
인건비 10분의 1 수준인데 국내와 생산성 큰 차이 없어
공장부지 비용도 절반 환급

현대·기아차, 해외공장 34개
자동차 한 대 만드는데 한국 26시간·미국은 16시간
파격적 세혜택도 해외행 요인

기업 '유턴' 시킬 환경 조성을
노동개혁·반기업정서 해소 등 법적·제도적 지원 뒷받침돼야



[ 장창민/김현석 기자 ]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투자한 금액 3분의 1만 구미로 오면 좋겠다.”

지난달 6일 열린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던진 말이다. 이 의원의 지역구(경북 고령·성주·칠곡)와 붙어 있는 구미에 일자리를 늘려달라는 민원을 ‘청탁’한 셈이다. 청문회 자리에서 민원을 꺼낸 것도 한심한 대목이지만, 재계에선 “국내 기업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베트남 제조가공비, 한국의 29%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 등이 해외에 공장을 짓고 있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이 의원의 말이 얼마나 답답한 얘기인지 잘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2008년 베트남 박닌성 옌퐁공단에 휴대폰 공장을 지으면서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베트남에서만 한 해 삼성전자 휴대폰 생산량의 절반이 넘는 2억대 이상을 만든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베트남에 투자를 집중하는 이유는 △인건비 등 낮은 생산비 △쉬운 인력 확보 △정부의 파격적 인센티브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휴대폰 한 대당 제조가공비는 베트남 공장이 구미 공장 대비 29% 수준에 불과하다. 두 사업장에서 똑같은 스마트폰 한 대를 만들 때 베트남의 제조생산비가 5.7달러 적다. 이 중 인건비 차이가 80%를 차지한다.

베트남 인건비는 한국 대비 10분의 1 수준이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고졸 생산직의 초임 월급여(기본급·상여금·법정보험 포함)가 3284달러인 데 비해 베트남 공장은 250~300달러 수준이다. 생산성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베트남 정부는 삼성전자가 투자를 추진하자 법인세법상 허용할 수 있는 최고 면세 혜택을 부여했다. 삼성전자는 공장용지 조성비도 50% 환급받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선 공장을 짓거나 증설하려면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고 주변 주민들과의 마찰이 불가피한 데다 각종 부담금까지 내야 한다”며 “베트남은 하노이~타이응우옌 고속도로까지 건설해줬지만, 삼성은 수원사업장 앞 6차선 도로를 특혜 논란 속에 7년 만에 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규제·강성노조 탓 국내 투자 엄두 못내

세계 10개국에서 34개 공장을 가동 중인 현대·기아자동차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에서는 1996년 아산 공장(연산 30만대 규모)을 지은 이후 지난 10년간 공장 신·증설을 하지 못했다. 높은 인건비와 강성 노동조합 탓이다.

현대차의 국내외 공장 임금(2014년 말 기준)을 비교해보면 확 차이가 난다. 현대차 국내 근로자의 1인당 평균 임금은 연 9700만원이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근로자의 평균 임금 5만4663달러(약 5700만원)보다 68.5% 많다. 차량 한 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HPV)은 현대차 국내 공장이 25.9시간인 데 비해 미국 공장은 15.8시간이다. 미국 근로자가 한국 근로자보다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 생산성은 훨씬 높다는 얘기다.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비교해도 국내 자동차 회사의 임금은 높은 편이다. 국내 자동차 5개사의 평균 임금은 1인당 연 9313만원(2015년 말 기준)이다. 이는 글로벌 경쟁 기업인 도요타(약 7961만원)나 폭스바겐(약 7841만원)보다 훨씬 높다.

외국 정부의 파격적 지원도 해외로 나가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기아차가 지난해 멕시코에 연산 40만대 규모의 공장을 새로 지은 게 대표적 사례다. 멕시코 정부는 기아차를 유치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의 1.7배에 달하는 500만㎡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하는 등의 세제 혜택 조건을 제시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새로 공장을 세우려면 부지 확보에만 조 단위 이상 돈이 들어갈 것”이라며 “부지를 확보해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협상에만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기업 내쫓는 환경부터 바꿔야”

기업들이 해외로 떠밀려 나가지 않고 국내로 발길을 돌리게 하기 위해선 법적·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사관계를 합리적으로 바꿔 ‘노조 스트레스’를 줄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우리 기업들의 해외 공장 이전 움직임은 근본적으로 반(反)기업정서, 가파른 임금상승, 강성 노조, 경쟁국보다 강한 규제 등이 작용한 결과”라며 “이들을 국내로 돌리기 위해서는 노동 및 규제개혁 등과 함께 친기업정서 조성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단기적 인센티브 지원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기업들이 국내 투자에 눈을 돌릴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창민/김현석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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