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서적은 일반인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다. 1959년 송인서림으로 시작한 서적도매상이다. 출판인들은 잘 안다. 송인은 2000여개 출판사와 500여개 서점과 거래하고 있는 국내 2위 업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전국 각지 서점에 공급하고 서점에서 책이 팔리면 입금을 받아 출판사에 대금을 처리해주는 방식으로 유통을 해왔다. 그런데 이 회사가 새해 벽두에 부도를 냈다.
송인은 지난 2일 한국출판영업인협의회 홈페이지에 ‘송인서적이 부득이 영업을 중단합니다’는 글을 올리고 부도사실을 알렸다. 이후 결국 최종 부도처리됐고 채권단이 구성됐다. 부채규모가 커서 회생가능성은 작다고 한다.
서적도매상은 출판사와 서점을 연결하는 연결고리다. 그래서 ‘출판 혈맥’이라고도 불린다. 이런 핏줄이 끊어졌으니 안 그래도 어렵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사는 출판계에 또 난리가 난 것이다. 출판인들은 20년 전을 떠올리는 모양이다. 1998년 송인서적의 전신인 송인서림이 부도를 냈고 또 당시 최대 도매상으로서 단행본 서적의 40%를 유통했던 보문당까지 도산하면서 500개가 넘는 서점이 문을 닫은 적이 있었다. 그래도 그때는 외환위기 상황이었으니 그러려니 했다. 정부도 500억원으로 출판계를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전혀 다르다. 서적도매상이란 업태 자체에 한계가 왔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세계 1위 서점인 아마존이 보여주듯 이제는 서점 자체가 하나의 유통업체다. 여기다 EBS참고서는 방송사가, 각종 교재는 학원이 자체 공급하면서 서적도매상들의 역할은 계속 줄어들어 왔다.
뭐니뭐니 해도 책을 읽지 않는 풍토가 출판과 출판도매업의 목을 조여온 것이 큰 흐름이었다. 성인들이 연 평균 9.1권을 읽는 게 현실(201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이니 책 사업이 제대로 이익을 내기도 어렵다. 말이 9권이라고 하지만 수험서를 제외한 지식과 교양 서적은 참담한 수준이다. TV든 휴대폰이든 눈을 점령하고 있는 동영상이라면 모조리 ‘먹방’과 오디션들이 차지하고 있는 사회다. 그러니 세상은 더욱 부박해지고 책이라고는 읽을 이유도 없는 풍토가 돼버린 것이다. 여기다 2014년부터 도서정가제가 되면서 책 유통 시장이 더욱 고사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책이 주는 즐거움이나 가치는 고사하고 들고다니는 것 자체를 귀찮게 여기는 세태에서 과연 책이란 무엇인가. 책 한 권 더 사는 것으로 아날로그 책장수들의 분전을 응원할 뿐이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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