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부동산업계도 이젠 '혁신의 촛불'을 들어라

입력 2017-01-04 17:41   수정 2017-05-25 11:44

박영신 한경부동산연구소장 겸 부동산 전문기자 yspark@hankyung.com


연말연시에는 다양한 신년 경제 전망들이 쏟아진다. 부동산업계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보고서는 올해 부동산 시장을 ‘위축(분양 시장)·하락(집값)·부진(거래)’ 세 단어로 진단하고 있다. 주택 시장 불안요인이 많아 최근 2년간의 활황 장세가 불황 장세로 반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는 불안심리가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주택업계는 벌써부터 ‘정부의 선제적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나섰다. 불과 한 달 전에 재건축 시장 과열이 우려된다며 규제대책을 내놨던 국토교통부는 언제 그랬냐 싶게 업계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지원대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관행화된 낡은 '쳇바퀴 논리'

연구소들이 꼽는 주택 시장 침체 핵심 요인은 신규 아파트(입주물량) 급증, 대출규제 강화, 금리 인상 우려, 경기침체 심화, 주택거래 감소 등 다섯 가지다. 특히 새 아파트의 공급과잉을 첫 번째로 내세우고 있다. 올해 전국에서 37만여가구의 새 아파트가 쏟아지는데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2008년의 32만가구보다 16%, 최근 5년 연평균 물량(26만가구)보다 34% 많다. 정부는 신규 입주 물량의 적정 규모를 27만가구 정도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고 거래도 둔화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외에 주택 대출 규제, 금리 인상 가능성, 경기불황 심화 등의 악재로 ‘부동산 시장 경착륙’이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건설산업연구원 등 연구원들도 1~3% 정도의 집값 하락을 전망했다.

하지만 이들 전망이 지나치게 도식적이고 단순하다고 비판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예컨대 신규 주택 공급 과잉 이후에 나타나는 ‘물량 정리 과정’에는 가격 하락과 거래 감소가 수반된다. 일정 기간이 지나야 매매·임대 가격과 거래가 안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단계를 ‘주택시장 불안 조짐’으로 단정 짓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시장 불안을 과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2년간 활황세 이후에 자연스럽게 이어질 ‘조정 장세’를 과대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가 이 같은 불안 상황을 정부에 지원대책을 요구하는 논리적 배경으로 활용한다는 지적도 받는다.

정부와 업계는 오랫동안 ‘다람쥐 쳇바퀴식 상호의존적 관계’를 형성해왔다. 시장 불황을 이유로 정부에 손을 내밀고, 정부는 집값 안정과 부동산 활성화를 명분으로 지원대책을 반복해왔다. 이 때문에 부동산업계는 상품의 품질 개선과 마케팅 다각화,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 등의 혁신 노력을 소홀히 해왔다는 것이다. 선진국에 비해 경쟁력이 현격히 떨어지는 이유다.

혁신으로 체질 개선해야

주택 시장은 조만간 주택보급률 110%대의 선진국형 시장에 돌입한다. 집이 남아돌기 때문에 신규 분양 시장은 품질과 가격 경쟁으로 승부가 갈릴 것이다. 시장 불안을 부각시켜 얻어내는 정부의 지원대책에 의존해서는 생존이 어렵다.

업계와 정부는 이제 각자도생해야 한다. 정부는 주거복지, 건축문화와 도시경쟁력 향상 등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 된다. 주택업계는 확실한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 그러면 연초에 쏟아지는 부동산 시장 불안 전망이 ‘체력보강’의 에너지가 될 수도 있다. 올해부터 부동산 업계에 ‘혁신 바람’이 불기를 기대해본다.

박영신 한경부동산연구소장 겸 부동산 전문기자 ys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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