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017년 주택시장 명과 암

입력 2017-01-04 17:42  

"올해 부동산 침체우려 크지만
질 높은 주택 공급엔 여전히 관심
기대수익률 낮아 간접투자 유리"

조주현 <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2013년 하반기부터 호황국면을 맞았던 부동산 시장은 2017년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막을 내리고 공급 과잉 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연평균 45만가구 정도의 실제 주택공급이 이뤄졌으며 올해 58만가구, 내년에는 66만가구의 주택이 준공될 예정이다. 이 물량은 1기 신도시 건설 당시인 1990년대 초반 이후 최대치다.

이에 더해 금리 인상과 대출규제 가능성은 향후 주택 시장 침체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3%를 넘어서고 있으며 향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점차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가계부채 문제가 점차 심화되면서 대출규제 강화와 그에 따른 주택수요 급감은 향후 부동산 시장 침체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더욱이 조선·해운산업의 구조조정을 필두로 그동안 지역 주택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주요 산업들의 불황 소식은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바야흐로 이제는 지난 몇 년간 호황을 누렸던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인가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숨가쁘게 달려왔던 전세금 상승 추세도 금리 인상과 주택가격 안정으로 안정 내지 하락이 예견되고 있다. 임대주택 시장도 입주 물량의 본격적인 확대와 더불어 이제는 역전세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어두운 전망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은 새로운 기회의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이 침체국면에 이를 때 부동산 시장의 지역별 유형별 차별화는 심화됐음을 알 수 있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재고주택을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빈집이 전체의 13%를 넘지만 매년 90만가구에 가까운 새로운 집들이 지어지며 모두 시장에서 소화되고 있다. 즉 시장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전체적인 공급량과 수요량이 아니라 수요에 부응하는 질 높은 주택이 공급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전반적인 주택공급 과잉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이나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지역이나 일자리가 동시에 만들어지는 신개발지에서는 여전히 주택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어떠한 주택을 어디에 지을 것인가는 주택공급업자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일 뿐만 아니라 수요자나 투자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고령인구 증가와 고용 불안, 그리고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라서 자산가치를 보호하고 일정한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도심의 임대 겸용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월세 수입이 가능한 중소형 빌딩 등 새로운 부동산 상품도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투자도 개인적인 판단에 의한 직접투자보다는 구조화된 전문적인 투자기구에 의한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매매차익을 중심으로 부동산 수익률이 10%를 웃돌던 시절에는 개인적인 판단에 의한 투자가 주류를 이루었다면 5% 정도의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시장에서는 보다 전문적인 분석에 의한 간접투자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위기는 기회로 작동했음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이를 위해 부동산업계는 좀 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시장분석을 바탕으로 사업을 전개해야 하며, 소품종 대량생산 위주의 부동산개발 사업 관행도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에 맞춰 변신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부동산 가격 수준과 총량적 물량 공급에 집착하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고 부동산 공급제도를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조주현 <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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