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 이상 비싸게 사야
값싼 가공란 수입은 늘 듯
[ 오형주 기자 ] 정부가 조류인플루엔자(AI)로 치솟는 계란값을 잡기 위해 ‘무관세 수입’ 카드를 꺼냈지만 당장 수입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운송비 등을 고려할 때 아직은 국산보다 가격 경쟁력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이 신선란 수입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미국의 계란 1개당 평균 도매가격은 운송비 등을 합쳐 184원 정도다. 여기에 미국~한국 간 항공료 152원, 한국 내 유통비용 56원 등을 합하면 예상 소비자가격은 392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항공료 절반(76원)을 지원한다고 해도 316원이다. 4일 기준 국내 계란 소비자가격 평균이 281원인 것에 비하면 35원 정도 비싸다.
정부도 당장은 신선란 수입이 어려울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은 “아직은 신선란을 구체적으로 수입하겠다고 나선 곳이 없다”며 “국내 가격이 개당 300원을 넘어설 경우 항공료 절반을 지원하면 수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할당관세를 적용해 관세를 물리지 않고 계란을 들여오더라도 관세 인하 효과가 고스란히 소비자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5년 설탕 등 할당관세가 적용된 41개 품목의 관세 인하폭은 1~25%에 달했지만 실제 국내 출고가격 인하 효과는 0.3~8.9%에 그쳤다.
깨지기 쉽고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계란 특성상 수입이 어려울 것이란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도 부담이다. 양계협회 등 농가에서도 수입을 반대하고 나섰다.
다만 종전에 수입이 전혀 없던 신선란과 달리 이미 수입이 일부 이뤄지고 있던 조제계란, 노른자 가루 등 7개 가공품목은 할당관세로 수입량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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