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서 보폭 넓히기 나설듯
배석한 제프리 삭스 교수
"반기문은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 뉴욕=이심기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당초 일정보다 이른 12일 귀국한다. 미국 뉴욕에서 출발하는 아시아나 항공편을 이용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은 이날 오후 5시30분이다.
반 전 총장은 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사무총장 공관을 떠나며 특파원들에게 “11일 오후 비행기로 뉴욕을 떠나 12일 오후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애초 15일이었던 귀국날짜가 앞당겨졌다. 반 전 총장은 “일요일이라 여러분께 폐를 끼칠 것 같아 조정했다”고 말했지만 측근들은 정치권이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선 행보를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광범위한 사람, 그룹과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어떤 세력과 정치를 할 계획인지에 대해서는 “여러분과 만나고, 여론을 경청한 뒤 적당한 계기에 결정하겠다”고 비켜갔다.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제3지대에서 보폭을 넓히겠다는 의중으로 해석된다. 신당 창당에는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부정적 태도를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를 대동했다. 개발도상국과 빈곤 연구 권위자인 삭스 교수를 통해 경제분야의 비전문가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된 연출’로 해석된다. 유엔 사무총장 특별보좌관인 삭스 교수는 이날 “반 전 총장을 굉장히 존경한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삭스 교수와 한국의 경제 위기나 젊은 세대가 느끼는 좌절과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진단하고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신년 전화통화를 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직무정지여서 통화하지 않았다”며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부터 1주일간 미 동부 애팔래치아 산맥 속에 있는 한 산장에서 머물 계획이다. 그는 “1주일 정도 시간을 갖고 심신의 피로를 풀면서 연구도 한 뒤 서울에서 국민과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대규모 국민보고 대회보다는 대학과 전통시장 등을 찾아 국민과 소규모 접촉을 넓혀가는 방식으로 귀국보고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서 일했던 인사들이 대거 반 전 총장 돕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동관 전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총장과 국정기획수석으로 일했던 곽승준 고려대 교수, 김두우 전 정무수석 등이 직간접으로 반 전 총장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은 서울 마포에 사무실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총장 측은 “귀국 일정을 앞당긴 만큼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히는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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