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가전 수장' 간담회
1억5000만달러 투자해 사물인터넷 스타트업 육성
AI·클라우드컴퓨팅 연결…목소리로 음식 조리·음악 선곡
소홀했던 B2B 시장 공략…미국·유럽 빌트인 가전에 초점
[ 노경목 기자 ] 2020년이면 거의 모든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하나로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1억5000만달러(약 1789억원)를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윤부근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 대표(사장·사진)는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서 두 차례, 국제 가전전시회(IFA)에서 두 차례 등 모두 네 번 기조연설을 했는데 이 중 세 번이 IoT를 주제로 한 것이었다”며 “미래 가전시장의 승패는 IoT를 통한 연결성에 좌우될 것”이라고 했다.
“IoT에서 부가가치 일어날 것”
윤 대표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여러 기술을 개발하며 IoT 시대에 대비해 왔고 최근 인수한 비브랩스, 조이언트, 하만 등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 확장 준비도 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IoT는 단순한 제품 연결을 넘어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개별 제품의 성능을 높이고 개별 장소 간 소통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oT가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윤 대표는 “아직 소비자의 삶을 변화시킬 강력한 수단이 되지는 못했기 때문”이라며 “미국에서는 IoT를 적용한 100만~200만개의 가전을 연결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곧 한국과 다른 나라에서도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CES에서 불붙은 삼성전자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와 LG전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화질 경쟁과 관련해 윤 대표는 “시야각 등의 문제를 해결했는지가 중요하지 (OLED처럼) 자체 발광을 한다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며 “화질에 대한 승부는 끝났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동석한 김현석 TV 담당 사장은 “서로 치열하게 경쟁할 때 가장 많이 성장했다”며 “긍정적인 시각에서 지켜봐달라”고 했다.
데이코 앞세워 빌트인 시장도 개척
이날 열린 삼성전자의 프레스콘퍼런스에서도 윤 대표의 생각이 반영됐다. 처음 공개된 ‘패밀리허브 2.0’은 AI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연결하는 IoT 기술을 이용해 음성으로 갖가지 기능을 실행했다. “하이, 패밀리허브”라는 인사에 맞춰 음식 조리법부터 날씨, 음악 선곡까지 음성만으로 지시할 수 있다. 그간 쌓은 사용자 경험을 통해 사용 환경도 개선했다. 삼성전자는 또 세탁기 2대와 건조기 2대를 각각 하나로 묶은 ‘플렉스 워시’와 ‘플렉스 드라이’를 처음 선보였다. 특히 플렉스 드라이의 소형 건조기는 스카프 모자 등 일반 건조기에서는 변형되기 쉬운 대상도 손상없이 말릴 수 있다.
윤 대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B2B(기업 간)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빌트인 가전과 시스템 에어컨 사업이 대상이다. 빌트인 가전과 관련해서는 미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50%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정했다. 윤 대표는 “지난해 9월 인수한 명품 빌트인 브랜드 데이코는 럭셔리 브랜드로, 첨단 기술을 특징으로 하는 삼성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이원화해 미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며 “시스템 에어컨부문에선 이달부터 본격 가동한 네덜란드의 에어컨 전문 법인을 중심으로 유럽 시장에서 3년 내에 3위권에 들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3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는 CE부문 성적에 대해서는 “부족하다”고 했다. 윤 대표는 “절대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라스베이거스=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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