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블랙홀' 유커, 일본을 휩쓸다

입력 2017-01-05 18:32  

일본으로 가는 유커
일본 방문 관광객 30%가 중국인
전세계 지난해 명품 판매
일본만 유일하게 두 자릿수 증가

한국은 유커 증가 둔화
중국, 한국행 전세기 불허 등 영향
루이비통 인천공항 면세점 4년 연속 매출 감소



[ 이수빈/도쿄=서정환 기자 ]
“오사카 유명 호텔 예약률이 90%에 육박하고 있다. 1월 말과 2월 초 중국과 일본을 오가는 항공편 예약은 거의 다 찼다.”

중국 저비용항공사(LCC) 춘추항공 일본지사 관계자의 말이다.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1월27일~2월2일)를 전후해 중국 관광객(유커)이 밀려 들어 올 것이란 얘기였다. 유커는 일본 명품 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판매가 늘면서 명품 업체 페라가모와 버버리는 유커를 겨냥해 일본 매장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반면 유커의 한국 방문 증가율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등 정치적인 이슈로 둔화되고 있다.

◆“중국인, 긴자 백화점으로 달려간다”

일본을 방문한 ‘큰손 유커’가 늘면서 일본 명품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일본 정부와 닛케이연구소 등에서 발표한 지난해 일본 경제성장률은 1% 안팎이다. 하지만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작년 의류·시계·잡화 등 명품 소비재 판매는 두 자릿수(10%) 증가했다. 2015년 13% 증가한 데 이어 2년 연속 10% 이상 매출이 늘었다. 같은 기간 명품 판매는 미국에서 3% 증가하고 유럽, 아시아 등에서는 모두 1%가량 감소했다. 중국도 2% 감소했다. 홍콩에서도 명품 판매는 2013년부터 계속 줄고 있다.

지난해 엔화가 2015년에 비해 강세였지만 유커가 늘면서 일본의 명품 판매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에서 새로운 농담이 생겨났다”며 “중국인은 30만엔짜리 명품백을 사러 긴자 백화점으로 달려가고, 일본인은 300엔짜리 커피를 마시러 간다는 내용”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페라가모·버버리 日매장 대폭 확대

일본 정부는 지난해 600만명가량의 유커가 일본을 방문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체 관광객의 30% 수준이다. 중국 소비자 분석 업체 보모다는 중국인 명품 구매의 80%는 해외에서 이뤄진다고 분석했다. 명품업계에서 중국인 여행객이 큰손으로 불리는 이유다.

일본 정부는 2020년 외국인 관광객 4000만명 달성을 위해 각종 유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2013년부터 중국인 관광객 비자 완화와 LCC 증편, 크루즈 노선 확대 등으로 유커가 쉽게 여행 올 수 있게 했다. 2015년 1월부터는 일정 소득 이상 중국인 관광객에게 5년 유효 복수비자를 발급하고 있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상용 및 문화예술 목적 비자 유효기간을 최장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유커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2014년 3월 말 5700여개이던 면세점 수를 2년여 만에 3만5200여개로 늘렸다.

◆페라가모코리아 영업이익 감소세

반면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유커 수는 전년 같은 달 대비 1.8%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작년 10월과 비교하면 24% 줄었다. 명품 업체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2년 1027억원이던 LVMH 인천공항면세점 매출은 작년 상반기 377억원으로 추락하며 4년 연속 감소했다. 인천공항면세점은 외국인 매출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페라가모코리아는 2011년부터 영업이익이 계속 줄고 있다.

전망도 밝지 않다. 작년 10월 단체 관광객 규제에 이어 지난달 중국 정부는 한국행 전세기를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전체 유커 중 전세기 관광객은 3% 수준이지만 이들의 구매력이 크다는 게 문제다. 관광업계에서는 한국행이 막히면 전세기 관광객이 일본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딜로이트는 ‘2016 세계 명품 파워’ 보고서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을 맞아 앞으로 일본을 찾는 관광객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한국은 안정된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수빈 기자/도쿄=서정환 특파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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