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5 그림자'에 MC사업부 6분기 연속 적자…5000억 손실 추정
TV·생활가전 실적 견인 역부족
[ 박희진 기자 ] LG전자가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손실 353억 원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영업이익이 1000억 원은 나올 것으로 봤던 시장 전망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LG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1년 3분기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LG전자의 실적 발목을 잡은 것은 이번에도 스마트폰 사업이다. 작년 4분기에도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가전 업계 계절적 성수기와 환율 상승 효과도 무색해졌다.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손실은 353억 원, 매출은 14조7819억 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와 전분기 대비 모두 적자전환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고, 전분기보다는 11.8% 증가했다.
4분기 실적은 낮아진 시장 눈높이도 밑돌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 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LG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평균치는 1110억 원이었다. 적자 전환을 점치는 일부 증권사가 있었지만 대다수는 1000억 원대 안팎의 영업이익은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은 추정치 14조1900억 원에 대체로 부합했다.
이로써 LG전자는 지난해 가장 저조한 분기 실적을 올리며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모두 5000억 원을 웃돌던 영업이익은 3분기에 반토막이 났고 4분기엔 결국 적자로 돌아섰다.
LG전자는 이번 잠정 실적에서 구체적 사업 부문별 수치를 밝히지 않는다. 사업 부문별 최종 실적은 이번달 말 확정 실적 발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증권 및 전자 업계는 LG전자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지목한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는 6분기 연속 적자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MC 사업부 적자는 지난해 3분기 4364억 원에서 4분기 5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G5'의 부진 여파가 계속된 데다 사업부 구조조정 비용이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G5의 경우 판매가 여전히 난항을 겪으면서 마케팅 비용 등이 고스란히 손실로 쌓였다.
지난해 10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V20'은 기대 이상의 판매 성과를 냈지만 사업부 부진을 만회할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4분기 V20의 판매량이 약 110만대를 기록하며 예상치를 웃돈 것으로 점치고 있다.
LG전자 실적의 버팀목이었던 생활가전과 TV 사업부의 성적도 분위기를 바꾸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부의 경우,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리고도 부진한 전사 실적 탓에 기뻐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H&A 사업부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조1843억원을 올렸다.
TV 사업을 맡고 있는 홈엔터테인먼트(HE) 부문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상승하면서 4분기에 수익성이 다소 악화됐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제 관심은 LG전자의 실적 반등 시기로 쏠린다. 암울한 4분기 실적에도 업계에선 비교적 희망적인 전망이 많다. 지난해 4분기 바닥을 찍은 LG전자 실적이 올 1분기부터 점차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실적 부진의 주범으로 꼽히는 MC 사업부의 적자 규모가 크게 감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1분기 조기 출시되는 전략 스마트폰 'G6'에 대한 기대감이 높고 구조조정 마무리 효과가 긍정적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만약 G6가 지난해 G5보다 1달 빠른 2월에 출시된다면 올 1분기 MC 사업부 적자 규모는 시장 추정치보다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의 '갤럭시S8' 출시가 4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만큼 판매 환경도 우호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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