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20조·인력 200명 규모 종합금융서비스 원스톱 제공
신흥상권 판교도 새 전쟁터로 부상
수익성 떨어지는 소형 점포, 대형화로 자연스런 구조조정
일부지역 빼면 전국 점포 수↓
[ 나수지/최만수 기자 ] 부유층이 많은 서울 강남지역에 기존 점포보다 열 배 이상 규모가 큰 증권회사 대형 점포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고액자산가를 붙들기 위한 ‘강남 대전(大戰)’이 시작됐다. 신흥 상권으로 급부상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도 증권사들의 새로운 각축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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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은 9일 테헤란로WMC, GS타워WMC, 한티역점 등 기존 지점 세 곳을 합쳐 삼성동에 삼성동금융센터를 열었다고 밝혔다. 증권업계가 강남지역에 연 네 번째 대형 점포다. 지난해 12월13일에는 삼성증권이 강남구에 강남금융센터, 서초구에 삼성타운금융센터를 열었다. 메리츠종금증권도 강남구에 강남금융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강남지역의 증권사 대형 점포는 다음달까지 여섯 곳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달 말 강남구에 IWC3센터를 연다. 하나금융투자도 다음달 중순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 선릉지점 삼성동지점 대치금융센터 대치역지점을 합친 대형 점포를 신설한다.
증권사 대형 점포에는 열 명 안팎이던 기존 점포보다 훨씬 많은 80~200명가량이 근무한다. 근처 지점 3~4개를 통합해 규모를 키웠기 때문이다. 한 지점에서 운용하는 자금 규모는 20조원가량으로 웬만한 소형 증권사와 맞먹는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점포 대형화에 나서는 까닭은 크게 두 가지다. 온라인·모바일 이용자가 늘면서 과거와 같은 대면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부문이 주수익원으로 떠오르면서 점포 형태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대형화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자연스럽게 구조조정하는 이점도 있다.
대형 점포들은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WM) 위주 영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큰손’이 어느 점포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연간 수익에서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들의 다양한 투자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기업금융 법무 세무 부동산 등 여러 분야 전문인력을 상주시키고 있다. 박경희 삼성증권 강남금융센터장(상무)은 “대형 점포는 개인뿐 아니라 법인 등 다양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여러 분야 인력이 근무하는 게 특징”이라며 “인터넷으로 해결할 수 없는 세무 부동산 기업금융서비스 등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고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과 함께 증권사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는 곳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이다. 분당구에는 2014년부터 3년간 지점이 세 곳 늘었는데 이 중 두 곳이 판교동에서 문을 열었다. 정보기술(IT) 기업이 테크노밸리 등에 입주하면서 판교동이 신흥 상권지역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판교역 사거리 인근에는 KB증권 판교지점(2016년 3월), 미래에셋대우 판교WM(2014년), NH투자증권 판교지점(2013년), 신한금융투자 판교지점(2013년), IBK투자증권 판교테크노밸리지점(2012년) 등 5개 증권사 점포가 몰려 있다.
하지만 서울 강남구와 분당구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전국 점포 수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10개 주요 증권사의 점포 변화를 조사한 결과 2014년 초 기준 1004개였던 증권사 점포는 지난해 말 848개로 15%가량 줄었다.
지난 3년간 증권사 점포가 가장 많이 사라진 지역은 부산이었다. 증권사 점포 11곳이 문을 닫고 한 곳이 새로 생겼다. 광주(6개) 대구(6개) 대전(5개) 울산(3개) 인천(3개) 등 다른 광역시에서도 다수 점포가 문을 닫았다. 수익성이 떨어진 것이 결정적 요인이다. 증권업계 수익성이 나빠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06년 증권사 평균 영업이익률은 12.4%였지만 지난해에는 6.6%로 사실상 반토막이 났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증권사 지점은 대부분 도심에 있어 적정 수익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유지하기가 어렵다”며 “지점 통폐합으로 비용은 절감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무한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나수지/최만수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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