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외면받는 국내 첫 공학MBA…서울대 공전원, 2년 연속 정원 미달

입력 2017-01-09 17:57   수정 2017-01-10 09:29

경기 불황에 기업 지원 꺼려
중기-대학 가교역할 빛바래



[ 황정환 기자 ] ‘2년 연속 정원 미달.’

서울대가 산업 현장에 필요한 기술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로 지난해 국내 최초로 설립한 공학전문대학원(공전원)의 현주소다.

서울대 공대는 2017년 공전원 신입생 모집에서 정원 80명을 채우지 못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6일까지 3개월에 걸쳐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60명에 그쳤다. 1기 모집(50명)에 이어 2년 연속 미달이다.

산업현장의 경력 직원을 모집하는 공전원은 지난해 3월 개원 당시 산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당시 이건우 서울대 공대 학장은 “공대판 MBA로 산업계가 요구하는 ‘프로젝트 리더’를 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전원은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논문 없이 공학전문 석사학위를 준다.

정원 미달의 가장 큰 이유는 중소·중견기업 인력난에서 찾을 수 있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울 때 기업이 제일 먼저 줄이는 게 교육 예산”이라며 “요즘 같은 불경기엔 직원들도 2년간 휴직하고 공부하겠다는 말을 꺼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대학 간 가교를 잇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공진원은 입학생 절반가량을 삼성 등 대기업에서 충당하고 있다.

교수진 등 커리큘럼이 산업현장 요구와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도 있다. 공전원은 창립 당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이현순 두산 부회장 등을 객원교수로 영입하려 했으나 대학본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삼성그룹과는 연간 30~40명 규모 ‘고문 교수’를 임용하는 방안도 논의했지만 학내 반발 기류에 막혀 보류됐다. 서울대 관계자는 “기업 출신 인재 영입을 ‘교수직 장사’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토로했다.

1년 넘게 대학본부를 설득한 끝에 지난해 11월 현대자동차 전직 임원 6명을 교수로 임용했지만 여전히 교수진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공전원은 대학본부에 기업 경력을 가진 교원 임용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 개선책을 요구했다.

공전원 측은 빅데이터·자율주행자동차·진동소음 등 학생들의 수요에 맞춘 새로운 강의도 개발 중이다. 곽우영 전 현대차 차량IT(정보기술)서비스사업부 부사장 등 새롭게 임용된 현대차 임원 출신 교수 3명은 스마트 자동차 기술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윤우 공전원 학과장(화학생명공학부 교수)은 “박사학위를 따지는 기존 경직적인 교수 임용 시스템을 개선하고 일반 대학원과 차별화한 콘텐츠를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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