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문화체육부장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존재에 대해 사실상 인정했다.
국회의원들은 9일 열린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7차 청문회에서 세간의 의혹을 밝히는데 총력을 다했다.
'마지막 최순실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특정 문화예술인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의 존재에 대한 질문에 "문화예술인의 지원을 배제하는 명단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이 된다"고 처음으로 말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와 국정조사 등 끊임없이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정했던 조 장관이 사실상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한 것.
다만 조 장관이 블랙리스트의 존재 유무를 올해 초 알았다는 것은 특검과 청문회의 거듭된 압박에 따른 것으로 보여 청문회 위증 비난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언제쯤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느냐는 장제원 바른정당 의원의 물음에 "직원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가지고 있었단 사실을 보고를 받은 것은 제 기억으로는 올 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가지 업무 협의가 축적된 결과, 1월 초에 예술 국장으로부터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들었다"며 블랙리스트 존재를 인정했다.
조 장관은 앞서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의 거듭된 '블랙리스트' 존재 유무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도 "예술인들의 지원을 배제하는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을 이끌어 내는데에는 이용주 의원의 끈질긴 질문과 호통이 큰 역할을 해냈다.
[이용주 / 국민의당 의원 : 문서로 된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게 맞아요, 안 맞아요?]
[조윤선 / 문화체육부 장관 : 조사 과정에서 그런 문서가 있었다는 진술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용주 / 국민의당 의원 : 증인, 솔직하게 말하세요.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게 맞아요, 안 맞아요? 조윤선 증인,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게 맞아요, 안 맞아요? 그게 없으면 저희들이 물어볼 필요가 없잖아요.]
[조윤선 / 문화체육부 장관 : 특정 예술인들을 지원에서 배제했었던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이 되고 있고...]
[이용주 / 국민의당 의원 : 사례를 물어보는 게 아니라 리스트를 물어보는 거잖아요.]
[조윤선 / 문화체육부 장관 : 그런 것이 어떤 논의로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작동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지금 조사가 진행 중이고 아직 완료는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용주 / 국민의당 의원 : 조윤선 증인, 그 조사 되고 있는 거 알고 그걸 물어보는 게 아니에요. 블랙리스트, 문건으로 돼 있는 블랙리스트 존재하는 게 맞아요, 안 맞아요?]
[조윤선 / 문화체육부 장관 : 지금 여러…]
[이용주 / 국민의당 의원 : 조윤선 증인, 조윤선 증인! 어려운 말 물어보는 게 아니잖아요. 문건으로 된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게 맞아요, 안 맞아요?]
[조윤선 / 문화체육부 장관 : 예술인의 지원을 배제할 명단이 있었던 것으로 여러 가지 사실에 의해서 밝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용주 / 국민의당 의원 : 다시 물어볼게요.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 안 한다. 예스, 노. 어느 게 맞아요? 존재한다, 존재하지 않는다?]
[조윤선 / 문화체육부 장관 : 예술인들의 지원을 배제하는 그런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이 되고 있습니다.]
조윤선 장관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과 관련해서는 "본적도 없고 제가 작성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용주 의원과 조윤선 장관의 청문회 문답을 지켜본 네티즌들은 '인간과 기계의 대결', '자동응답기와의 대결에서 승리했다"며 실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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