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드 배치를 빌미로 시행 중인 한한령으로 인해 '별에서 온 그대'와 '태양의 후예'가 쌓은 아성은 벌써 옛일이 됐다.
일부 드라마는 중국 수출을 포기한 상태로 한국에서만 방영 중이다. 아시아 공략을 목표로 하던 제작사들은 사전 제작해놓은 드라마를 두고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 인기 드라마에 드리운 '한한령' 그림자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는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PD가 재결합한 작품이다. 두 사람의 전작 '태양의 후예' 만큼이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도깨비'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공유, 김고은을 비롯한 출연 배우들의 몸값 또한 크게 치솟았다.
해외 반응도 가히 폭발적이다. '도깨비'는 주문형비디오(VoD)를 통해 일본과 동남아 지역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그러나 공식 채널이 없는 중국에서는 불법 유통된 해적판 영상이 등장했다. 아직 정식으로 판권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작사 측은 "중국을 제외한 여러 국가들에 수출이 확정됐거나 계약 마무리 단계"라며 "중국 관련 사항은 민감한 부분"이라고 조심스러워했다.
사전 제작 드라마인 KBS '화랑: 더 비기닝'은 일찌감치 중국 내 심의를 통과해 방송사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화랑'을 동시 방송하던 중국 측이 아무런 공지 없이 3회차부터 서비스를 중단했다. 해당 사이트에서 '화랑' 소개 페이지도 삭제된 상태다.
오는 25일 방영 예정인 SBS '사임당, 빛의 일기'는 한류 스타 이영애의 복귀와 송승헌 주연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드라마는 해외 눈높이에 맞춘 캐스팅으로 제작 단계에서 이미 일본, 중국 등 10여개 국에 선판매됐다. 특히 '태양의 후예'보다 높은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해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하지만 '사임당' 역시 중국 심의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동시 방영에 문제가 생겼다. 제작사 측은 "중국 심의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통과되지 않으면 여러 가지로 손해가 막심하다"고 우려했다.
방송사 한 관계자는 "지금 벌어지는 한한령은 산업 이슈가 아니라 정치·외교적 문제"라고 답답해했다.
◆ 중국에서 벗어나 새 돌파구 찾아야
전문가들은 한한령 추이를 주시하면서도 중국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재식 한국콘텐츠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우리가 할 수 있는 특별한 대책이 없다. 외교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고 다른 대체 시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는 지상파가 있었지만 이제 온라인에 포커스를 맞춰 동남아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별 콘텐츠로는 힘들기 때문에 게임, 애니메이션, K팝 공연 등을 통합적으로 수출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최근 개최된 한한령 관련 세미나를 통해 "민관이 힘을 합쳐 이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며 "일방적인 한류가 아닌 균형 잡힌 교류를 통해 진정한 현지화를 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중국과의 협력을 추진하며 국내 콘텐츠 기업들의 중국 진출에 앞서는 등 한한령 극복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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