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만한 검찰?
최지성 등 소환 수확 없자 이재용 부회장 직접 겨냥한 듯
삼성 "승마협회 지원은 청와대 지시라 거절 어려워"
이재용 "최지성 부회장 등이 처리"
SK·롯데로 수사 확대 전망…최태원 사면 대가성도 조사
[ 고윤상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기로 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을 겨냥한 뇌물죄 혐의 수사가 중대 고비를 맞게 됐다. 특검은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이 부회장을 위증죄로 고발해달라고 요청하고 구속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삼성을 전방위로 압박했다. 삼성은 “압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최순실 씨 측을) 지원한 공갈·강요의 피해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 대통령 뇌물죄 정면 겨냥
특검팀이 예상을 깨고 이 부회장을 참고인이 아니라 피의자 신분으로 부르는 것은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된 기업인으로선 첫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다. 특검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하는 혐의는 ‘뇌물공여죄’ 등이다. 국민연금공단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해주도록 정부가 압력을 넣고 삼성은 그 대가로 최순실 씨 측에 금전적 지원을 했다는 의혹이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11일 이 부회장의 구체적 혐의에 대해 “조사해봐야 뇌물공여일지, 제3자 뇌물공여일지 새로운 혐의가 추가될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특검은 삼성의 지원이 이 부회장의 지시나 승인 아래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구속하면서 이미 청와대가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지원에 개입했다는 물증과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지난 9일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불러 ‘이 부회장에게 최씨를 지원한 사실을 보고한 적이 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 등은 “이 부회장에게는 보고한 사실이 없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통해 삼성 측 지원금의 대가성을 규명한 뒤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를 입증한다는 방침이다.
◆삼성 “VIP 관심에 거절 어려워”
삼성 측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하는 등 최씨 일가를 지원한 것이 청와대의 지시 때문이라고 밝혔다.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검찰이 공개한 진술조서에 따르면 삼성 미래전략실 김모 전무는 “우리는 자금 출연만 했지 재단 설립 목적이나 운영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류 확산과 문화융성이라는 취지 정도밖에 없어서 위에 보고할 게 없었다”며 “경제수석이 지시했고 VIP 관심사항이어서 거절하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도 검찰에서 “(재단 출연은) 최지성 부회장 등이 처리한 일이라 나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날 ‘또 다른 최순실 태블릿PC’를 공개했다. 최씨의 조카인 장시호 씨 측 변호인이 지난 10일 특검에 제출한 태블릿PC다.
이 특검보는 “해당 태블릿PC의 사용자 이메일 계정이 최씨가 예전부터 사용하던 것임을 확인했다”며 “이메일 송수신 주요 상대방은 데이비드 윤, 노승일, 박원오, 황성수 등”이라고 말했다. 이메일에는 최씨의 독일 법인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 설립 과정과 삼성이 보낸 지원금이 코레스포츠로 빠져나가 사용된 내역, 부동산 매입과 그 과정의 세금 처리 부분까지도 상세하게 나와 있다고 이 특검보는 설명했다.
삼성을 겨냥한 수사가 일단락되면 특검 화살은 SK와 롯데 등 다른 대기업으로 향할 전망이다. 특검은 김영태 당시 SK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2015년 8월10일 복역 중이던 최태원 SK 회장과의 접견에서 “왕 회장(박 대통령)이 귀국(사면)을 결정했다. 우리 짐도 많아졌다.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고 말한 대화 녹취록을 입수해 내용을 검토 중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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