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뇌관 우려…대출금리 상승 불가피"
[ 김은정 기자 ] 은행들이 자영업자 돈줄을 죄기 시작했다. 지난해 급증한 자영업자 대출이 앞으로 시장금리가 오르면 가계부채 부실을 재촉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은 자영업자 대출잔액을 사실상 더 늘리지 않을 방침이다. 대출증가율 목표치가 높은 곳이 2%에 불과하고, 상당수는 1% 미만을 설정했다. 지난해 초 잡은 대출증가율 목표치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증가액이 연초 예상했던 수준의 두 배를 웃돌면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5대 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80조4197억원이다. 지난해에만 16조2506억원이 늘었다. 증가율이 10%에 육박한다. 중소기업 대출증가율이 5~6% 수준이라는 점에 비춰봐도 가파르다.
은행별로는 KEB하나은행의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이 4조3700억원 늘어나 증가율이 15.5%로 가장 높았다.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의 증가율은 11.6%와 11.4%였고, 우리은행이 7.9%로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 증가율은 3.9%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급증한 자영업자 대출은 부동산 호황으로 50~60대 은퇴자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임대업 관련 대출이 크게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생활자금 마련을 위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대출도 많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금리 인상과 경기 변화에 따라 자영업자 대출이 빠르게 부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은행들이 가장 우려하는 분야는 음식점, 커피전문점, 목욕탕 등을 경영하는 총자산 10억원 이하의 생계형 자영업자 대출이다. 담보를 갖춘 부동산임대업자 대출에 비해 외생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서다.
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 상당수가 여러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인 만큼 앞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 연체 가능성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말했다. 아직 부실률이 눈에 띄게 높아지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상승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각 은행은 자영업자 대출이 집중돼 있는 요식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해선 지난해 말부터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국민은행 등은 업종별 리스크 수준을 세분화해 올해부터 대출 심사에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달 1조4000억~1조9000억원씩 증가하던 5대 은행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해 12월 3719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지난해 월평균 증가액의 4분의 1, 전년 같은 달 증가액의 절반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저(低)신용 자영업자의 대출금리도 오르고 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자영업자 대출금리는 전월 대비 0.1%포인트가량 뛰었다.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도 있지만 일종의 리스크 프리미엄인 가산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부행장은 “올해 은행권 최대 화두가 리스크 관리인 만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대출금리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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