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상당의 음료수 제공도 김영란법 위반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입력 2017-01-12 11:10   수정 2017-01-12 13:25



(정태웅 정치부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11일 새해 업무보고를 하면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일명 김영란법)의 위반사례를 공개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권익위에 따르면 김영란법을 시행한 지난해 9월28일 이후 지난해 12월 16일까지 법 적용대상 공공기관(언론사 제외)에 접수된 위반신고는 모두 1316건이었습니다. 유형별로 부정청탁 신고가 56건, 금품등 수수 신고는 283건, 외부강의 등 신고는 977건입니다. 금품등 수수 신고의 대부분은 공직자의 자진신고(198건)이며 제3자 신고는 85건에 그쳤습니다. 외부강의등 위반 신고는 신고대상 외부강의를 미신고한 사례가 964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사례금 상한액을 초과한 경우와 기타 사례는 합쳐서 13건에 불과합니다.

위반신고의 처리 현황은 수사의뢰가 7건, 과태료 부과대상 위반행위 통보가 13건, 무혐의 종결이 703건, 조사 중인 신고 593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사건조사를 앞둔 고소인이 담당 수사관에게 4만5000원 상당의 떡을 제공했다가 재판에 회부돼 처음으로 과태료가 부과된 사건은 언론에 공개돼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과태료가 부과된 사건도 대부분 금액이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공직자 등을 만나면서 인정에 끌려, 혹은 관례로 생각해 소액의 금품을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하겠습니다.

권익위가 공개한 과태료 부과 사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인증대상 업체에서 인증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하면서 박스 안에 만원 상당의 과자류를 동봉
□ 사업 관리를 위해 방문 중인 공공기관 직원에게 관리대상 단체 직원이 현금 10만원을 제공
□ 공공기관 내 시설을 관리하는 사업자가 보안담당자에게 10만원의 상품권을 제공
□ 조사를 마친 민원인이 조사 담당 공무원에게 현금 1만원을 제공
□ 조사대상 민원인이 조사 담당 공무원에게 현금 100만원을 제공
□ 공직자가 자녀결혼식에 참석한 10명의 직무관련자로부터 195만원의 축의금을 수수
□ 이전 거래처에서 공공기관에 방문하여 2만원 상당의 음료수 두 박스를 제공
□ 학부모가 상품권 10만원과 1만원 상당의 음료수 한 박스를 교사가 없는 사이 책상에 두고 감
□ 민원인이 축의금 명목으로 민원 담당 공직자에게 경조금 5만원을 제공
□ 조사대상 민원사건 관련기관 직원이 담당 공직자 면담 후 1만원 상당의 음료수 한 박스를 제공
□ 이전에 실험실습용품을 납품했던 업체에서 공공기관 연구실에 2만원 상당의 도서를 제공

과태료 부과 사건의 공통점은 이른바 ‘직접적 직무관련성’이 있는 사안들입니다. 민원인과 공직자가 과거 혹은 현재에 밀접히 연관된 일이 있었던 경우에는 금품 수수가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 여부를 불문하고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연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100만원 이하라도 받아선 안됩니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의 목적으로 음식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까지는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위에서 예를 든 사건들은 ‘원활한 직무수행의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권익위의 판단입니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공직자로부터 어떤 형태의 특혜나 편익을 제공받고자 하는 ‘대가성’이 있다고 의심되는 사안들입니다.

1만원의 현금이나 2만원 상당의 음료 두 박스, 2만원 상당의 도서 등 선물가액(5만원) 이하라 할지라도 김영란법 위반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대가를 바라고 줬다는 의심이 들만한 행동은 안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끝)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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