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보험에 인수된 후 베일에 싸인 동양생명

입력 2017-01-12 18:01  



(박신영 금융부 기자) 요즘 보험업계에선 동양생명이 이슈입니다. 2800억 원 규모의 사기대출에 휘말려서죠. 동양생명은 2007년부터 유통업자들이 수입한 육류를 담보로 단기 대출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냉동 창고에 보관된 고기가 보통 3개월이면 팔려나가기 때문에 대출기간도 3개월 이내로 짧습니다. 다만 금리는 연 8% 대로 꽤나 높은 편이죠.

그런데 최근 이 대출에서 연체가 일어나 상황을 살펴보니 다른 저축은행과 캐피털사 등이 하나의 담보물을 두고 대출을 해준 걸 알아냈습니다. 창고업주와 유통업자로부터 사기를 당한 거지요. 현재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도 현장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동양생명이 이슈인 이유는 이것 말고도 또 있습니다. ‘육류담보대출’이라는 다소 희귀한 금융상품을 취급한 것과 별개로 이 사안이 발생한 이후에 보인 행보 때문입니다. 동양생명은 ‘육류담보대출’이 세간이 알려지자 바로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금융권에서도 보기 드문 신속한 조치였지요. 그런데 동양생명이 초청한 언론사는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국내외 7곳에 불과했습니다. 초대받지 못한 언론사들에 간담회 사실을 비밀로 해달라는 다소 보기 드문(?) 요청을 기자들에게 하기도 했습니다.

기자간담회에선 특별한 내용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동양생명은 아무 잘못이 없다. 사기 행각의 피해자다’가 그날 동양생명이 전한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이 마저도 금감원의 검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는 사실이지요.

이후 초대받지 못한 기자들의 항의는 거셌습니다. 동양생명 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의 언론에 대한 시각을 전형적으로 알 수 있는 사례라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중국 안방보험그룹은 2015년부터 동양생명의 대주주가 됐지요. 중국 언론사는 대부분 관영매체입니다. 사안을 비판적으로 보는 데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지요. 보험업권에선 안방보험이 한국 언론을 대하는 자세도 중국 현지 언론을 대하는 태도가 몸에 베였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재 동양생명에도 중국 안방보험에서 보낸 임직원들이 십여 명 있습니다. 전략과 홍보 등 주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동양생명의 특이한 홍보 행보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의 주인이 된 이후 동양생명을 취재할 길이 완전히 차단됐습니다. 실제 동양생명의 홍보담당 상무는 중국인이지만 이 사람을 본 한국 기자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어떤 이는 동양생명에 공식적인 홍보팀 외에 비선 홍보 컨설턴트를 두고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동양생명의 중국인 임원들이 공식 홍보팀을 가동하지 않는 대신 회사 바깥의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소문도 조금씩 나옵니다. 실제 동양생명의 홍보팀은 회사의 공식적인 소통 채널이어야 함에도 모든 중요 사안에선 항상 소외돼 있었습니다. 동양생명의 유상증자 건부터 우리은행 주주 참여 등 국내 금융권에서 이슈가 될만한 일이 일어날 때도 동양생명 홍보팀은 “정말 아는 게 없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지요.

그러나 금융회사라면, 특히 고객 자산을 평생토록 책임져야 하는 보험사라면 조금은 열린 마음으로 언론을 대할 필요도 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보험 소비자들은 보험사에 대한 판단을 할 때 상당부분 언론 보도에 의지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동양생명은 자산 규모만 26조원에 이릅니다. 그만큼 국내 보험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요. 금융소비자들을 위해서라도 언론사는 보험사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습니다. 동시에 보험사도 고객들에게 현재의 경영전략과 방향성을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혹시라도 ‘이 회사 참 취재하기 어렵습니다’라는 투정을 독자들에게 한 것 아닌지 조금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여러분들도 안방보험에 인수된 후 철저히 베일에 싸인 동양생명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있으실 것이라 믿습니다. 특히 동양생명의 보험에 가입한 분들이라면요. (끝) /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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