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의 휴대 전화를 셔츠에 닦아 건네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개인 비서로 의심받았던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영선 행정관은 지난 12일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만 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행정관은 청와대에 출입하는 이른바 '보안 손님'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했고, 세월호 참사 당일에는 청와대 관저에서 대통령을 보좌한 인물이다.
이 행정관은 최순실 씨 등 보안손님을 데리고 청와대로 들어온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 경호상 비밀 의무를 지켜야 한다며 사실상 증언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경호원으로서 알게 된 사실과 직무를 누설할 수 없다는 관련법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강일원 재판관은 "최씨의 출입이 국가 안보와 관련되지 않고 본인 범죄와도 관련 없다"며 "증언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이 행정관의 버티기 태도는 흔들리지 않았다. 또, 최 씨를 의상실에서 수십차례 만났다면서도 의사소통은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에 관저 집무실로 안봉근 전 비서관이 대통령을 대면하러 온 것을 봤다며 대통령이 정상적인 집무를 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을 지냈던 류희인 전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은 청와대가 세월호 오보를 늑장 파악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행정관 등 청와대 측의 주장을 정면 비판했다.
류 전 센터장은 관저에 집무실이 있다는 이야기도 처음 들어보고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의 소재를 몰랐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이영선 행정관의 모르쇠 태도에 그가 헌법재판소에 도착하던 당시 지어 보였던 표정도 주목받고 있다. 이영선 행정관은 택시에서 내려 수많은 취재진을 발견한 뒤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핵심 증인들의 잇따른 불출석으로 맹탕 재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대통령 탄핵 심판.
다음 주로 예정된 최순실, 안종범 등 핵심 증인들에 대한 심문이 어떻게 이뤄질지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의 주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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