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금조달 청신호
[ 하헌형/김진성 기자 ] ▶마켓인사이트 1월13일 오전 5시33분
정부가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에 성공했다. 미국 달러화로 표시된 이번 외평채의 발행 금리는 연 2.871%로, 역대 달러화 표시 외평채 중 가장 낮다. ‘최순실 사태’로 인한 국정 공백과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대내외 우려를 이번 외평채의 성공적인 발행을 통해 불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3일 10억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외평채(외평채27)를 발행하기 위해 전날 미국·유럽·아시아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한 결과 140여곳이 총 30억달러 상당의 매수 주문을 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그중 채권 매입 희망가를 높게(금리를 낮게) 써낸 70곳에 10억달러어치 채권을 배정했다.
발행 금리는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에 0.55%포인트를 더한 연 2.871%(표면금리 2.75%)로 확정됐다. 정부가 달러화 표시 외평채 발행을 시작한 1998년 이래 역대 최저 금리다.
정부는 대통령 탄핵 정국과 경제성장률 둔화 등 불안 요인이 산적한 상황에서 대외 신인도를 확인하기 위해 이번 외평채 발행을 추진했다. 한국의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만기 5년) 프리미엄(금리)은 지난 12일 0.4912%포인트로 작년 10월 초(0.4179%포인트)보다 0.07%포인트 넘게 뛰었다. CDS 프리미엄이 올랐다는 건 한국 정부의 채권 상환 능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무디스는 지난달 13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따른 국정 공백이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신용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외평채 발행 성공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정치 리스크 등으로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고 외채 이자가 오르는 현상)’가 다소 누그러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작년 8월 국가 신용도가 사상 최고인 ‘AA0’(스탠더드앤드푸어스·무디스 기준)로 오른 상황에서 국내 은행과 기업이 외화자금 조달 때 벤치마크(기준)로 삼을 만한 외평채가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정부가 좋은 조건에 외평채를 발행한 덕에 올해 해외에서 자금 조달을 계획 중인 은행·기업들이 이자 비용 절감 혜택을 받게 됐다”고 했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이르면 다음주 15억달러어치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하헌형/김진성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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