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을 만들어서 팔아보자’. 주변에서는 다들 고개를 저었다. 그게 돈이 되겠냐는 의구심이였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성냥 산업은 현재 케이크용 촛불세트나 파티소품 등으로 근근이 명맥만 이어가고 있다. 모두 가능성이 없다고 했지만 전민성, 신소현 오이뮤 공동대표(사진)의 생각은 달랐다. 더 이상 쓰임새가 없는 성냥이지만,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풀어내기 충분해보였다.
사업 가능성이 없어보였던 성냥은 ‘대박’이 터졌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불티나게 팔렸다. 첫해 매출만 6000만원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1억5000만원으로 불어났다. 유명 브랜드에서 ‘러브콜’도 쏟아졌다. 출판사 ‘민음사’는 성냥팔이소녀 등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에 맞춘 성냥 패키지를 의뢰해왔다. 고급향수·향초 브랜드인 ‘딥디크’도 VIP 고객 패키지를 주문했다. 영화 배급사와 연예 기획사에서도 협업 요청이 줄을 이었다.
전 대표는 “큰 수익을 바랐던 게 아니라 좋아서 시작했던 일인데 ‘가치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요즘의 소비문화와 맞아떨어진 것 같다”며 “30~40대 이상 세대에게는 과거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요즘 세대들에게는 오히려 낯설고 신기한 제품으로 여겨졌다”고 설명했다.
오이뮤는 브랜드 기획자인 전 대표와 현대카드 디자이너 출신인 신 대표가 2015년 설립된 디자인업체다. 기존 전통제조업 물품에 요즘 디자인과 스토리를 입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방 한 구석에 있던 팔각성냥이나 거실 벽에 걸린 뻐꾸기 시계, 목욕을 했던 새빨간 고무대야 같은 물품을 다시 팔리는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성냥 판매는 팔각성냥 제조업체 유엔성냥을 직접 찾아가 설득 끝에 성사시킨 첫번째 프로젝트였다.
오이뮤의 두 공동대표는 성냥 판매가 사업적인 성공 여부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 대표는 “과거 물건들이 점차 사라지면서 그때의 추억과 정서도 같이 소멸하는 듯해 아쉬움을 느껴왔다”며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더 이상 팔지 않고 없어지는 물건들을 되살리고 싶다는 생각에 자비 300만원을 털어서 시작한 게 성냥 디자인 사업”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절이나 제사에 의례용품으로 쓰이는 ‘향’을 일상 용품으로 재디자인한 ‘에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 대표는 “서양에 향수가 있다면 동양에는 향을 즐기는 향도 문화가 있었다”며 ”경기도 향방(향 제조사)을 찾아가 향초나 디퓨저처럼 일상적으로 쓸 수 있는 향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성냥과 향에 이어 세 번째 프로젝트 아이템도 올해 하반기까지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신 대표는 전통제조산업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제조공장을 찾아가면 일단은 미심쩍은 눈으로 쳐다본다”며 “기존에 해오던 일이 있는데 왜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한지 납득시키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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