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손님만 수백명 관리
카리스마 점원 있는 매장
다른 매장과 매출 2배 차이
백화점 브랜드 순위 올려
[ 이수빈 기자 ] 서울 청담동 갤러리아 본점에는 방문객이 북적거리는 남성복 매장이 있다. LF가 수입·판매하는 남성복 브랜드 알레그리 매장. 이곳에서 일하는 이군수 점장(37)을 보러 온 방문객이 대다수다. 전직 패션모델인 그는 훈훈한 외모 때문에 소비자 사이에서 유명해졌다. 관리하는 단골만 200명 정도다. 대부분 30대 남성이다. 손님들은 이 점장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가 권해주는 대로 옷을 구입한다. 갤러리아 본점 알레그리 매장에서 나오는 매출은 이 브랜드 다른 매장 매출의 두 배 정도다.
◆카리스마 점원 팬클럽도
외모와 패션감각이 뛰어난 매장 직원에게 소비자가 몰리는 현상은 일본에서 2000년대 초 시작됐다. 매력적인 직원을 모델로 삼은 뒤 그가 제안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생겨난 것. 이런 직원을 ‘카리스마 점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람을 잡아끄는 힘(카리스마)이 있다는 뜻이다. 팬클럽까지 생길 정도다.
유명한 직원은 브랜드 광고 모델로 활동하거나 TV 방송 게스트로 초청받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직원 한 명이 매장의 매출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남성복 브랜드 갤럭시 롯데백화점 본점 매장의 강종훈 점장은 작년 한 해 삼성물산 패션부문 영업사원 중 가장 매출을 많이 올려 ‘판매왕’에 뽑혔다. 그가 관리하는 단골 손님만 400명이 넘는다. 강 점장을 찾는 소비자는 사회 초년생부터 기업 경영진까지 다양하다. 이들 중 20%는 여성. 남편 슈트를 구입할 때 조언을 받는다.
강 점장은 “방문객들이 나를 보고 ‘현실적’ 외모도 관리하면 멋있어질 수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출근 전 옷을 고르는 데 많은 고민을 한다. 그가 입은 대로 옷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많이 찾을 것 같은 옷을 입는 편이다.
◆주력상품 착용해 매출 올라
‘걸어다니는 마네킹’은 또 있다. 질스튜어트뉴욕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매장의 이용진 매니저다. 슬림한 디자인이 많은 질스튜어트뉴욕 옷을 더 잘 소화하기 위해 헬스, 스노보드 등 운동으로 몸매를 관리한다. 하루 근무하며 갈아입는 옷만 평균 2~3벌이다. 그가 입으면 잘 팔린다는 것을 아는 본사 마케팅 담당자가 따로 매장에서 입어달라고 부탁하는 일도 있다. 이 매니저가 2012년 처음 매장을 맡았을 때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컨템포러리 남성복 브랜드에서 꼴등(11위)이었던 질스튜어트뉴욕 매장의 매출 순위는 작년 타임옴므, DKNY 브랜드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는 매장직원도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코모도 스타필드 하남점 황윤환 매니저(36)는 자신이 코모도 옷을 갖춰입은 사진을 코모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사진 한 개에 ‘좋아요’가 500~600개 달리며 관심 받고 있다. 코모도 스타필드 하남점은 이곳에 입점한 남성복 브랜드 중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오프라인 매장 차별화
업계에서는 오프라인 매장 수익성이 과거보다 낮아지면서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매장 판매사원이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커졌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가 상품이 아니라 사람을 보러 매장에 방문한다는 설명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인기있는 판매사원을 영입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고 했다.
감덕규 LF 알레그리 팀장은 “매장 판매직원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며 “브랜드 콘셉트를 잘 이해하는 판매직원이 브랜드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해주는 마케팅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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