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탄핵심판'첫 출석
당당한 태도로 부인한 최순실
"괴물 된 것 같아" 억울함 토로
"고영태가 사건 조작" 주장도
술술 털어놓은 안종범
"대통령 지시로 KT에 인사 청탁
비선실세 인정 건의는 거부 당해"
[ 고윤상 기자 ] 국정농단 사태의 장본인인 최순실 씨(61)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처음 출석했다. 안 전 수석은 K스포츠재단의 롯데 측에 대한 70억원 반환 과정에 박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등 비교적 상세히 진술한 반면, 최씨는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난다”고 답변하는 등 대부분 의혹을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했다.
◆안종범, “롯데 70억 반환 내가 건의”
안 전 수석은 K스포츠재단의 70억원 반환과 관련, “(작년) 4월에 챙겨보고 박 대통령에게 (롯데의 지원 중단을) 건의했다”며 “나중에 ‘중단되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작년 롯데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별도로 경기 하남 체육시설 건립 사업 명목으로 K스포츠재단이 요구한 70억원을 추가 송금했다가 재단 측으로부터 사업을 취소한다는 통보를 받고 돈을 돌려받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롯데 수사 전날 미리 알고 조치한 게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해 안 전 수석은 “나는 검찰의 롯데 수사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며 선을 그었다.
안 전 수석은 또 2015년 7월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독대를 위한 ‘말씀 자료’에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의 임기 내 해결 언급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그는 이 자료에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관련 내용, 그룹 주축인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 및 지분구조 단순화란 구절 등이 기재돼 있다며 실제 내용이 논의됐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또 2015년 7월24~25일 진행된 박 대통령의 개별 기업 총수 면담 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현대차 30+30 60억, CJ 30억+30억 60억’이라고 업무수첩에 메모한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구체적인 출연금 액수를 지정해 모금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인정한 증언이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2015년 1월 초순께 (차은택 지인인) 이동수 씨가 KT에 채용될 수 있도록 황창규 회장에게 연락해서 추천하라고 말했느냐”는 국회 소추위원단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안 전 수석은 “최씨 사태가 불거진 작년 10월 비선실세를 인정해야 한다고 (박 대통령에게) 건의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순실, 각종 의혹 전면 부인
최씨는 이날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국회 소추위원단은 최씨에게 ‘청와대에 출입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으로 포문을 열었다. 최씨는 “있다”고 답했다. 최씨는 주요 의혹 대부분을 부인했다. ‘자신이 없으면 대통령이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말도 안 된다. 너무 왜곡된 사항”이라고 강하게 선을 그었다. 삼성에서 35억원의 훈련 지원금을 받아 정유라 씨를 위해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삼성 같은 큰 회사가 어떻게 딸 혼자만을 위해 (훈련 지원금 지급을) 한다고 하냐”고 답변했다.
최씨는 6시간가량 이어진 질문 공세에 지친 듯 일곱 차례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사건이 너무 과장되고 부풀려져 있다 보니 마치 내가 괴물이 된 것 같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고영태 전 블루K 이사가 사건을 조작했다는 취지의 발언은 여섯 차례 반복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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