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그제 내놓은 ‘세계경제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대로 하향 조정했다.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나라 중 성장률을 떨어뜨린 곳은 한국과 이탈리아뿐이다. 이탈리아는 정치적 문제와 은행 부실의 영향으로 종전 0.9%에서 0.7%로 내렸다고 전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성장률 수치나 하향 조정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지난번과 같이 3.4%로 전망하면서 선진국은 전보다 0.1%포인트 오른 1.9%로 예상했다. 반면 신흥국은 종전 4.6%에서 4.5%로 0.1%포인트 낮췄다. 한마디로 선진국 경제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바꾸면서 한국은 예외로 본 것이다. 실제 미국(2.2%→2.3%), 영국(1.1%→1.5%), 일본(0.6%→0.8%), 독일(1.4%→1.5%), 스페인(2.2%→2.3%) 등 주요 선진국의 성장률이 일제히 상향 조정됐다.
유독 한국을 떨어뜨린 것은 국내 주요 기관들이 줄줄이 성장률을 2%대로 내린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한국을 보는 외부의 시각이다. IMF는 한국의 성장률을 적시하지 않은 채 그저 2%대로 낮아질 것이라고만 했다. 대통령이 탄핵되고 주말마다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데다 한국 대표 기업 총수가 구속 위기라는 소식 등이 들리니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고 막연히 예상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개방 경제인 한국으로서는 외부 시각이 특히 중요하다. 외국에 투자를 하고 교역하는 입장에서는 한 나라의 미래가 불확실해 보이면 그만큼 그 나라에 대한 투자도 줄일 수밖에 없다.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중요한 것은 비록 정치 불안은 있지만 한국 경제는 건재하다는 걸 외부에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여기저기서 입만 열면 한국 경제가 곧 망할 듯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소비자심리·체감경기 금융위기 후 최악’ ‘최악의 청년 실업률’ ‘제조업 매출전망 금융위기 후 최악’ 등이 그렇다. 물론 최근 경제상황을 좋다고만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주관적 지표가 아닌, 객관적 지표 중에는 호조를 보이는 것도 적지 않다.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던 수출은 감소폭이 점점 줄어들더니 올 들어 10일까지 무려 37.7%나 늘었다. 지난해 세수는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3대 세수가 모두 호조를 보이며 전년 대비 24조원이나 늘었다. 지난해 코스피200 기업 순이익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카드 해외 사용액은 매달, 매분기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는 중이다.
긍정적 지표와 부정적 지표가 혼재하지만 많은 한국인은 부정적인 것만 믿으려 든다. 신용평가사 S&P, 무디스 모두 대통령 탄핵에도 한국 신용등급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10억달러의 외평채는 사상 최저 금리로 발행에 성공했다. 정작 외부에서는 괜찮다는데 한국에서는 탄핵사태로 경제는 무조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우울증이 과도하게 표현되고 주관적 비관론이 열병처럼 퍼진 결과다. 그러나 이런 패배적 사고는 IMF의 성장률 하향에서 보듯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대규모 경기 부양을 약속한 지금은 어찌보면 큰 기회다. 괜한 비관론에 갇혀 있기보다는 물실호기(勿失好機)라는 생각으로 모두가 열심히 뛰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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