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심기 특파원) “미국이 V자의 급격한 경기반등을 보일 가능성은 없다. 저점이 오래가는 U자형을 보일 것이다. 금리인상에도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시카고에서 열린 ‘2017 미국경제학회(AEA)’의 미국경제 세션에서 나온 경고다. 올해 미국 경제가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경제를 끌고 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우려가 쏟아졌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경영대학원 교수(사진)는 “올해 미국경제가 V자 급격한 반등세를 보일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처럼 신용거품이 아닌 펀더멘탈(기초여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경제자문회의(CEA) 의장을 지낸 그는 “경제가 새로운 구조로 서서히 이동하면서 저점에 오래 머무는 U자형을 보일 것”이라며 “V자형 반등을 기대하지 말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내수 전망에 대해서는 “과거 대규모 주택건설과 소비증가로 경기가 살아났지만 지금 미국인은 (예측치보다 더 많이 소비하던) 이전의 미국인처럼 행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인프라(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대해서는 “리턴이 빠르지 않아 경기부양책으로 소용이 없다”며 “정책 효과가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또 “감세는 쉽지만 세제개혁은 어렵다”며 “감세는 경기부양책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다수의 연구결과”라고 덧붙였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 역시 이날 “금리인상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으로 올해 표결권을 행사한다. 카플라 총재는 “올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그 과정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 효과에 대해서는 “예단하지 않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모리스 옵스펠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미스트는 미국이 성장하더라도 글로벌 경제에는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가적인 달러 강세와 빠른 금리인상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강달러는 각 국의 통화위기 가능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우려했다. 반무역, 반이민주의 분위기와 함께 미국의 긴축이 신흥시장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은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중국의 경기둔화 위험을 반영해 리스크의 균형점을 경기가 하락하는 쪽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 /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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