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겨냥한 시진핑 "무역전쟁선 누구도 승자 될 수 없다"

입력 2017-01-18 02:24  

다보스포럼 개막 연설

"보호주의는 캄캄한 방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
중단없는 세계화 역설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글로벌 무역 전쟁에선 어느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1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7회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례총회 개막 연설 자리에서다. 세계 경제 회생을 위한 자유무역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지만, 오는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시 주석은 이날 개막식에서 한 시간에 걸친 중국어 연설을 통해 중단 없는 세계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세계화를 ‘양날의 검’에 비유했다. “세계화가 많은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경제 분야의 세계화 자체를 부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 시 주석 주장이다. 그는 또 “세계화는 그동안 세계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다”며 “세계화 자체가 오늘날 우리가 처한 문제의 근원으로 비난받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최근 영국 미국 등 서구 국가들에서 일고 있는 보호주의·고립주의 흐름에 대해서도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보호주의는 바람이 불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지만, 햇빛까지 차단하는 캄캄한 방에 자기 스스로를 가두는 것과 같다”며 “세계화로 인해 발생한 각종 도전들에 상호 협력을 통해 맞서 나가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중국은 (다른 나라들에) 문을 계속 열어 놓을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보호주의 기치를 내걸고 작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당선자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과 보복관세 부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등 각종 보호주의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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