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좌우되는 카지노사업 불확실성 커 투자자 외면
사드 갈등 고조로 중국 관광객 중심의 사업구조 '위기'
사행성 산업이라 공적 연기금은 투자 못해
이 기사는 01월17일(23:0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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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카지노업체 파라다이스가 사상 첫 회사채 발행에서 흥행에 참패했다. 카지노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투자를 꺼려 대규모 미매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파라다이스가 3년 만기 회사채 1000억원어치 발행을 위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서 700억원어치의 매수 주문이 들어온 것으로 집계됐다. 미매각이 발생한 300억원어치는 주관사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비롯한 인수단이 정해진 비율대로 나눠서 매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지난해 말 중단했던 투자를 올 들어 재개하면서 국내 회사채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졌지만 파라다이스는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신용등급도 ‘AA-’로 높아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는 우량채였지만 미매각이 발생했다. 같은 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현대제철(AA0)이 3000억원어치 모집에 1조43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끌어모으며 흥행 ‘대박’을 친 것과 대조적이다. 올 들어 수요예측을 진행한 이마트, 롯데쇼핑, CJ E&M 등 AA급 기업들이 발행 계획보다 서너배 많은 투자수요를 모았다.
파라다이스의 수요예측 실패는 주력 사업인 카지노사업이 성장할 수 있을지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란 평가다. 투자를 검토했다가 철회한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팀 관계자는 “카지노사업은 정부 규제에 휘청거릴 수 있는 변동성이 큰 사업”이라며 “정권 교체기인 지금 투자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카지노사업에 대해 기관투자가 사이에 이해가 높지 않아 리스크 분석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우본, 공무원연금 등 회사채 시장의 큰손으로 꼽히는 공적 연기금 등은 카지노사업이 사행성산업으로 분류되고 있어 투자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외 환경은 파라다이스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인 방문객의 유치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2014년 반부패정책의 일환으로 외화 반출을 강하게 규제한 뒤 파라다이스의 매출은 줄었고, 지난해 7월 한국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한·중관계가 급격히 냉각됐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올 4월에 개장할 카지노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도 중국인 수요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한·중관계 악화로 파라다이스의 매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기관들이 투자를 꺼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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