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이심기 기자 ]
지난 4일 시위대 40여명이 미국 뉴욕 맨해튼의 골드만삭스 본사 로비를 기습 점거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경제적 정의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변화를 위한 뉴욕 공동체’ 소속 회원들로 ‘거번먼트삭스(Government Sachs)’라고 적힌 검은색 깃발을 들고 트럼프 정부에 대한 골드만삭스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이들은 곧바로 출동한 경찰과 경비요원들에게 깃발을 압수당하고 건물 밖으로 끌려나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골드만삭스가 정부 요직을 차지하면서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판론자들은 골드만삭스가 워싱턴 정가에 막대한 로비자금을 뿌리면서 금융규제를 무력화하고, 서로 밀어주기식 인사를 통해 정부 고위직을 장악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월가를 감독할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 골드만삭스의 구제금융을 자문한 변호사 출신 제이 클레이턴을 포진시켰기 때문에 금융당국을 배후조종할 개연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골드만삭스 주가가 지난해 11월8일 대통령선거 이후 올해 1월13일까지 주당 181달러에서 244달러로 34% 폭등하면서 JP모간체이스(23%)보다 월등히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치자금 감시단체 CRP에 따르면 2002년 이후 지난해까지 골드만삭스는 기업 중에서 세 번째로 많은 5160만달러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로는 단연 1위다.
골드만삭스는 이 같은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주가 상승은 회사의 실적과 향후 전망에 따른 것이며, 골드만삭스가 정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는 “오히려 회사는 인재를 잃는 고통을 받는다”며 “그들이 워싱턴 정가로 진출해 골드만삭스를 위해 봉사할 것이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게리 겐슬러 상품선물위원회(CFTC) 위원장처럼 골드만삭스 출신이 월가 규제 강화에 앞장서는 경우도 있다. 겐슬러 위원장은 재무부의 선물시장 규제법안이 미흡하다고 비판하며 CFTC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그 결과 역대 최대 기업제소 건수를 기록해 ‘짖지 않는 감시견’이라는 CFTC의 오명을 씻어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잇따른 인재 유출로 골드만삭스의 향후 경영권 승계가 불투명해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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