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최우선 경영가치는 수익성…외형 확장 유혹 과감히 떨쳐낼 것"

입력 2017-01-19 16:12  

인터뷰
서재환 금호산업 사장

내실있는 회사 만들기 주력

취임 이후 경영효율화에 초점
자산 매각으로 재무건전성 개선
주택사업에서 안정적 수익 거둬

건설산업 지탱하는 건 결국 '사람'
직원들과 종종 '소주 한잔 번개팅'

도시 상징물 될 건축물 짓고 싶어
'어울림' 아파트 인지도 더 키울 것



[ 설지연 기자 ] 서재환 금호산업 사장(63·사진)은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건실하고 제대로 된 회사를 물려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대형 공사를 무리해서 수주하면 회사 재무구조에 큰 부담이 된다”며 “건설회사 최고경영자(CEO)가 넘어가기 쉬운 외형 확장의 유혹을 과감히 떨쳐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서 사장은 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이다. 2010년 초 그룹 주요 계열사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과정에서 대한통운 매각과 자금조달, 채권단 관리, 계열사 구조조정 및 정상화 과정 등을 진두지휘하며 경영능력을 검증받았다. 2013년에는 그룹 전략경영실장으로 승진해 박 회장의 금호산업 재인수를 성사시켰다. 지난해 금호산업 사장에 취임한 서 사장은 수익성을 최우선 경영가치에 놓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방침이다.

▷금호산업 경영을 맡은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쓰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취임 직후부터 경영 효율화를 위해 조직과 인력 확충, 업무 프로세스 등을 재정비했습니다. 6년간의 워크아웃 기간을 보낸 직후였기 때문에 위축된 영업력을 강화하고 수익성 위주의 수주전략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동안 정체돼 있던 부분을 과감히 정리하고 내실 있는 회사를 만드는 초석을 다졌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하는 등 재무구조가 개선됐습니다. 작년 실적은 어떻습니까.

“부채를 줄이고 자산을 매각해 현금 확보에 성공하는 등 재무건전성 개선 측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냈습니다. 저점은 지났고 앞으로는 좋은 일만 남았다고 봅니다. 부채비율이 현재 230~240% 수준이지만 은행 차입금이 2500억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금리를 연 5%로 높게 보더라도 1년에 125억원이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재건축 사업을 시작으로 ‘군포송정 A-2블록 아파트공구’와 ‘대전대신2 1BL 주거환경개선사업 건설공사 1공구’, 서울 ‘용사의 집’ 재건립 위탁개발사업 수주 등 신규 수주 확대로 주택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며 영업이익률도 개선됐습니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분법 이익 증가, 베트남 금호아시아나플라자 사이공 매각에 따른 처분이익 발생 등으로 당기순이익도 확대됐습니다. 이 밖에도 원가율이 치솟으면서 수익성 저하의 원인이 됐던 저마진 사업장들도 대부분 정리해 실적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구조조정을 거쳐 수주 역량과 기술력을 높인 끝에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17위에서 15위로 올라섰습니다.”

▷올해 경영전략은 무엇인가요.

“올해 세운 목표가 세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혁신경영’입니다. 그룹 차원에서는 4차산업 사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인 만큼 회사의 내실을 다지고 4차산업 기반을 갖춰 영업 및 관리 부문의 혁신활동을 추진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신뢰 회복입니다. 대외적으로는 신뢰를 회복하고 대내적으로는 자신감을 회복해 연초에 세운 목표(매출, 영업이익)를 달성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밸류 체인(가치 사슬)의 확대입니다. 건설산업 전후방을 아우르는 밸류 체인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포트폴리오도 다시 마련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회사 역량에 적합한 신규 사업 유형을 발굴하고 추진해 장기적으로 시공 중심에서 벗어나 융복합을 통한 밸류 체인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사업군을 발굴 및 육성하도록 할 것입니다. 큰 틀에서 ‘3(토목·플랜트) 대 3(건축) 대 4(주택)’ 정도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택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주택사업 비중이 38% 정도 되는데 조금 더 늘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주택시장은 리스크도 큰 만큼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시장의 변화 추이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워크아웃 기간에 중단했던 자체사업을 통해 주택사업 포트폴리오 비율을 점차 확대하는 방향으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지난 5~6년간 지속된 국내 부동산 경기 호황을 회사 사정상 누리지 못했다는 점이 개인적으론 참 아쉽습니다. ‘4차산업화’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닌 만큼 정보통신기술과 융합해 주거 공간에 불어오는 스마트 홈 시스템 변화에도 신속히 대응하고자 합니다.”

▷직원들과 수시로 격의 없는 ‘번개팅’ 등 스킨십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최근 사원, 대리급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했습니다. 소주 한잔하며 머리 좀 식히자는 취지로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렸는데 30분 만에 50여개의 댓글이 달리는 걸 보고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직원들이 이런 자리를 원했구나’ 싶었습니다. 올해도 현장직원과 본사직원이 함께 모여 경영진과 자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 생각입니다. 저 역시 사원 시절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임원이 좋았고 제가 그 자리에 간다면 꼭 그런 사장이 되고 싶었습니다. 건설산업은 시공 기술력과 노하우, 수주 경쟁력, 신기술 개발, 주택 브랜드파워 등 많은 것들이 뒷받침돼야 발전이 가능한 산업이지만 결국 건설산업을 지탱하는 건 ‘사람’입니다. 위대한 기업이라도 구성원들의 소통이 부족한 회사는 훌륭한 회사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금호산업에서 꼭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습니까.

“‘금호’ 하면 떠오르는 대표 건축물을 짓고 싶습니다. 그동안 저희가 지은 도심 속 랜드마크가 여러 곳에 있습니다. 서울 을지로 ‘센터원’ 빌딩, 건국대 ‘스타시티’, 한남동 ‘한남 더힐’, 삼성동 ‘아셈 컨벤션센터’, 광주 ‘유스퀘어 문화홀’처럼 지역 특색을 살리고 도시의 상징이 될 만한 건축물을 짓고 싶습니다. 또 ‘어울림’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를 키우고 회사 재무상태도 개선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어울림 브랜드 아파트가 재입성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공항공사 실적이 우수한 만큼 김해공항 확장공사도 수주한다는 목표입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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