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장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누구도 믿지 못한 진시황, 그에게 충신이 있었다면…

입력 2017-01-19 17:20  

진시황

정재희 < 성동구립도서관장 >



《진시황》은 제목처럼 진시황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지만 책을 쓴 뤼스하오 국립대만대 사학과 교수가 전해주는 올바른 역사교육법 입문서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저자는 진시황과 동시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질문하고 생각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역사 교육법을 소개하면서 역사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지혜를 깨닫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저자는 심심찮게 독자에게 요구한다. “책을 덮고 눈을 감고 생각해보라. 과연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라고. 그 이후에 역사적 판단을 근거로 정답을 이야기해준다. 생각하지 않는 독서, 생각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아는 역사적 사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죽은 독서, 죽은 역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MOOC(온라인 공개수업)에 등장한 최초의 중국어 인문학 수업이자 세계 최대 온라인 대학 강의 사이트인 코세라(Coursera)에도 개설돼 지금까지 4만3000여명이 수강한 강의를 묶은 것이다. 저자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소개된 이야기를 중심으로 책의 내용을 다루되 진시황을 모르는 사람도 쉽게 알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딱딱한 문체와 장황한 전개를 벗어나려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진시황이 누구인가. 분열돼 서로가 칼과 창끝을 마주 대고 으르렁대던 혼란과 격변의 시대를 종식하고 중국을 통일한 최초의 황제이자 분서와 갱유, 장생불사, 아방궁, 화폐·도량형 통일 등으로 유명한 인물 아닌가. 하지만 자신만이 최고이고 자신을 제외한 그 누구도 믿지 못하며 폭력과 힘에 의지한 국정 운영으로 사후 3년 만에 진나라도 최후의 순간을 맞이했다. 지록위마(指鹿爲馬)로 유명한 환관 조고와 막내아들 호해, 승상 이사가 가세한 황권 찬탈, 이후에 나타난 패망의 여러 사건을 보면 권력의 덧없음을 마주하게 된다. 저자가 진나라의 최후를 ‘거짓’과 ‘무력’의 과신으로 꼽았듯 이세황제(二世皇帝)도 아비인 진시황과 같았다.

책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이런 생각이 항상 떠나질 않는다. 과연 진시황에게 죽기를 각오하고 직언을 서슴지 않았던 충신은 있었던가? 역사적 사실은 모르지만 이 책에서는 단 한 명만이 간언을 올린 것으로 언급되고 있다. 바로 적장자인 부소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진시황은 자신의 적장자이기에 죽일 수는 없었으나 멀리 북쪽 변방지역으로 쫓아버렸다. 죽일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나 결국엔 환관 조고와 승상 이사가 의기투합해 작성한 위조된 유서로 인해 죽음을 면치 못했으니 원인 제공자는 시황제였다.

현재 충신(忠臣) 혹은 양신(良臣)으로 평가되는 악비, 굴원, 안영, 왕거정, 위징 등이 진시황과 동시대에 살며 보필했다면 과연 그들은 충심 어린 간언을 했을까? 그로 인해 역사가 바뀌지는 않았을까? 잠깐! 저자의 말처럼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해 보자. 하지만 정답은 없다. 정답은 지금 각자가 생각한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 저자가 의도한 역사의 공부법이며 우리가 이 책을 정확히 이해한 것이라 감히 단언한다. (뤼스하오 지음, 이지은 옮김, 지식갤러리, 284쪽, 1만3000원)

정재희 < 성동구립도서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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