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가성비' 낮아도 재미있으면 대박 나는 시대

입력 2017-01-19 17:26  

토이리즘

천위안 지음 / 송은진 옮김 / 영인미디어 / 288쪽│1만5000원



[ 최종석 기자 ] “테슬라는 부자들의 장난감일 뿐.” “테슬라의 중국 침공, 자동차를 파는 것인가, 장난감을 파는 것인가?” 2014년 미국 테슬라모터스의 전기차 ‘모델S’가 중국에 진출하자 중국 언론의 반응은 차가웠다. 불완전한 충전 인프라, 부족한 서비스센터 등 많은 결함을 지적했다. 연이은 화재로 안전성 문제도 제기됐다. 모델S는 자동차로 사용하는 데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이어졌다.

하지만 열광적인 추종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어 누구에게 뒤질세라 주문을 넣었다. 비싼 가격 때문에 사지 못하는 사람들은 ‘눈 호강’이라도 하기 위해 매장과 자동차를 쫓아다녔다. 미국과 중국에서의 성공으로 테슬라는 설립 10년 만에 분기별 흑자를 달성했다. 2014년 초, 25달러이던 주가가 110달러까지 치솟았다.

대체 테슬라의 무엇이 세계를 이토록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테슬라의 기술 수준은 다른 업체보다 뛰어난 편이라고 할 수 없다. 경제학자인 천위안 중국 닝보대 특임교수는 ‘토이리즘(toylism)’ 물결에 올라 탄 것이 테슬라의 성공 비결이라고 말한다. 우리말로 ‘장난감주의’라 부를 수 있는 토이리즘은 상품의 기본 기능을 갖추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오감을 자극하고 재미를 추구하는 전략이다. 샤오미 스마트폰,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 자동차 공유 플랫폼 우버 등이 놀이 개념을 비즈니스에 적용해 성공한 사례로 등장한다.

이스라엘의 ‘요’는 세상에서 가장 기술력이 낮은 메시지 앱(응용프로그램)이다. ‘야!’ ‘어이!’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Yo!’ 단 한마디만 발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메신저는 출시 두 달 만에 다운로드 400만건을 달성하며 12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이용자들은 이 앱을 무척 재미있어하며 하루 종일 친구들에게 ‘Yo!’를 발송했다.

도미노피자 영국 지사는 세계 최초로 드론(무인항공기)을 이용한 피자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드론 배달 방식을 무작위로 설정했기 때문에 주문자는 ‘행운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며 피자를 주문했다. 운 좋게 당첨된 고객은 드론이 집 앞을 비행하는 것을 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드론 배달 후 도미노피자의 연매출은 12% 이상 늘어 10억달러에 근접했다.

저자는 토이리즘이라는 단어를 제시하며 반대되는 개념으로 ‘툴리즘(toolism·도구주의)’과 비교한다. 툴리즘은 기본 기능에 대한 수요를 만족시키는 실용주의적 상품 전략이다. 이는 주로 상품의 뛰어난 기능과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로 승부한다. 저자는 애플 아이폰의 출현이 토이리즘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한다. 아이폰은 휴대폰을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아니라 어른들의 장난감으로 만들어 전통적인 휴대폰 시장과 음악산업, 콘텐츠산업을 뿌리째 흔들었다. 경쟁자였던 노키아, 블랙베리, 모토로라는 당시 통신 수요를 만족시키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순수 기술과 기능성의 툴리즘에 집착한 나머지 애플이 토이리즘의 전설을 이뤄낼 때 이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저자는 툴리즘 시대에 ‘사용자’로 불리던 소비자는 토이리즘 시대에 들어서면서 ‘플레이어’로 역할이 전환됐다고 설명한다. 기능이 부족하고 가성비가 낮더라도 재미있고, 멋지고, 트렌디하다면 플레이어들은 열광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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