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설계 벤처
삼성 등 글로벌 업체에 공급
중국 화웨이·샤오미에도 수출
2016년 매출 2000억 돌파
[ 이민하 기자 ] 재작년 가을 실리콘마이터스를 찾은 국세청 조사원은 어리둥절했다. 이 회사가 특정 부문에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있어서였다. 재무 자료를 샅샅이 뒤졌지만 잘못된 점은 찾지 못했다. 조사원이 주목한 건 연구개발(R&D) 비용이었다.
◆직원 60% 설계·개발 인력
실리콘마이터스는 매년 매출 대비 20% 이상을 R&D에 쓰고 있다. 대기업보다 평균 15배, 벤처기업보다도 10배 많다. 올해는 작년에 이어 R&D 투자 비중이 매출 대비 25%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허염 실리콘마이터스 대표(사진)는 “기술력은 중소기업이 글로벌 기업들과 겨룰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며 “매년 수백억원을 차세대 반도체 설계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7년 설립된 실리콘마이터스는 글로벌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는 전력관리통합반도체(PMIC) 분야에 도전장을 던진 지 10년 만에 세계 1위를 노리고 있다.
실리콘마이터스는 자체 공장 없이 반도체칩을 생산하는 팹리스업체다. 핵심 설계만 직접 하고 나머지는 위탁생산하는 방식이다. 주력 제품인 PMIC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내 전력 공급을 제어하는 반도체칩이다. 크기가 작아지고 있는 스마트기기의 성능과 효율을 높이기 위한 필수 부품이다. 허 대표는 “10년 전 다섯 명이 모여 자본금 6억원 회사로 출발했다”며 “첫해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전력관리칩을 생산해 수출한 것이 5억원에 불과했는데, 지난해에는 매출 규모가 2000억원으로 불어났다”고 말했다.
PMIC 설계 분야는 원래 미국 맥심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 전 세계 3~4개 기업이 독차지하고 있던 영역이다. 실리콘마이터스는 설비투자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대신 모든 역량을 첨단 설계에 집중했다. 직원 284명 중 절반이 넘는 182명을 설계·개발 전문인력으로 꾸렸다. 끊임없는 기술투자 덕분에 작년에는 대한민국 기술대상을 수상했다. 이 회사가 높은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내자 국내외 업체로부터 인수합병(M&A)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구동칩 반도체 설계 역량 집중”
승승장구하던 실리콘마이터스에도 부침은 있었다. 올라만 가던 매출이 2014년에는 아래로 꺾였다. 디스플레이 시장 변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탓이었다. 허 대표는 “당시 디스플레이 업체의 생산공정 전환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경쟁자들에게 뒤처졌던 것이 아직도 아쉽다”고 밝혔다.
전력관리칩에만 편중된 매출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허 대표는 디스플레이 구동칩 분야 설계에 주목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구동칩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서 전문 업체인 와이드칩스도 인수했다. 허 대표는 “기존 전력관리칩에 이미지 구동칩까지 더해지면서 종합적인 솔루션 공급이 가능해졌다”며 “조만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의미 있는 결과물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샤오미 등 중국 정보기술(IT) 기업과의 거래도 늘려 가고 있다. 글로벌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상하이, 선전 등에 디자인센터와 영업·지원 센터를 운영 중이다.
허 대표는 “중국 선도 업체들과 지난해부터 일부 품목 공급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아직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은 10% 미만으로 크지 않지만 올해는 비중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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